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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Feb 16. 2021

사진으로 시간을 담는 일

나와 함께 하고픈 마음

사진을 담는 일을 귀찮아하지 않는 이를 사랑해야겠다고 늘 마음을 먹고 있었다.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일만큼 확실한 애정은 없으니까. 게다가 함께 할 수 없는 시간까지 내게 담아 보여준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사진을 담는 일은 나는 그 시간을, 그 순간을 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르게 생각하면 네모난 사진 하나에 세상을 담으려고 하는 일이라고도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흘러가는 시간을 담아두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공유한다는 것은 나의 시간을, 나의 시선을 공유하는 일이다. 그래서 더 사진을 담아 함께 하지 못하는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을 사랑해야겠다고 늘 마음에 두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참 여러 가지로 따뜻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 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이 사람이 보여준 소소한 것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늦은 밤 내게 그냥 아무렇지 않게 보내준 사진 한 장이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아마도 그 사람은 모르겠지. 그 사람은 내내 나를 걱정한다. 바쁜 자신을 기다리다 내가 혹시 지쳐버릴까 봐. 그럼 나는 어이없다는 듯 너에게 관심을 두는 건 순전히 내 마음이라고, 어쩌라고! 하고 말한다. 사실 내가 기다리는 일에 상처 받고 힘들까 봐 한다는 그 걱정마저 사소하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런 이야기에 괜히 한번 더 반했다고 말하지 못하고 괜히 심술을 낸다. 너에게 관심을 두는 일은 내 마음이니까 내 맘대로 할 거라고. 그리고 네가 관심을 안 줘서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이 서운한 거라고. 하지만 강요는 할 수 없다고. 네가 내게 관심을 두는 일도 네 마음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가뭄에 콩 나듯 내게 관심을 주지 않냐고. 잔뜩 심술을 부린다. 자칫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을 전혀 사소하게 여기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건 사실 정말로, 절대로. 사소하지 않기 때문에.



자주 당신의 시선을, 당신의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정말 바로 옆에서든, 이렇게 사진으로든.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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