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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Feb 16. 2021

그리움이라는 말의 이면

당신의 그리움에 나를 끼워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나를 그리워한다고 내가 당신에게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싶진 않으니까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봐요, 당신이 봐도 말이 안 되는 일이지요. 왜 말이 안 되는 일을 말이라고 하는 건지 당최 알 수도, 알고 싶지도 않네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없던 일처럼 여길 수는 없겠지요. 당연히 마음에 둔 만큼, 혹은 마음에 둔 시간만큼. 그것도 아니면 함께한 시간만큼 적어도 그만큼은 아마도 그리워하게 될 겁니다. 그건 분명 맞는 얘기예요. 너무너무 나쁜 이별을 했다고 하더라도 분명 시간이 지나면 미화된 부분만 잔뜩 보일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에게 나는 그리운 사람이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을 꿈에서도 만나주고 싶지 않아요. 꿈에서도 만나주지 않을 겁니다. 결코. 절대로요. 당신이 내게 쥐어주고 간 날카로운 칼자루가 나 스스로를 생채기 냈어요. 분명 칼을 쥐었던 것도 그 칼을 내게 준 것도 당신이었는데 어째서 내내 상처가 생기는 건 나였던 걸까요. 어쩌면 당신은 알았을까요. 그래서 내게 칼자루를 쥐게 하였나요. 선택과 선택으로 내내 피가 맺힌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되리란 걸 이미 알았겠지요. 당신은 참 잔인한 사람이었어요. 함께한 시간을 저기 어디 구석으로 내몰아 짓밟는 걸로도 모자라 애초에 칼자루는 내가 쥐지 않았냐고 했죠. 그 칼을 당신이 준건 아무도 모르게요. 그렇게 선택의 끝에 내몰린 나 자신을 돌보느라고 이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데 당신이 나를 그리워할 거라고 생각을 하니 괜히 치가 떨리는군요. 상상만으로도 이미 소름 끼쳐요. 나를 그리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꿈에서조차도 만나주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니 다시는 나를 그리워하지 않길 바라요. 그리고 괜찮지 마세요. 절대로 당신은 괜찮으면 안돼요. 곱절로 꼭 아팠으면 해요. 내가 곱절로 갚아주고 싶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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