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다르다'에 가는 재미에 빠졌다.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자주는 아니지만 핑계를 만들어 가려고 하는 중이다. 한 달 사이에 세 번을 방문한 것 같다. 이전에도 다다르다를 몇 번 소개를 한 적이 있지만, 그만큼의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과 서점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대전에 위치한 다다르다를 함께 가기로 했다. 이번 달에 온라인 오프라인 다 합쳐서 책을 이미 열 권을 넘게 구매를 했고, 선물하는 것 까지 하면 스무 권 정도 되는 것 같다.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사실 책값이 이전보다는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책을 사는 데 있어 돈을 아끼는 편이 아닌데. 아무래도 일을 하지 않은지 벌써 반년이 넘어가는 중이어서 그런지 조금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있어 이번에 가서는 책을 사지 않기로 했다. 물론, 도착하기 전까지의 마음이다.
친구와 함께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는 이 공간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정도로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다는 생각에 나도 동의한다. 친구와 함께 서점에 도착해 들어가 하나하나 눈에 담기 시작했다. 공간이 주는 평온함에 우리는 목소리를 낮추고 내내 설레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굉장히 신이 난 상태였다. 여행지에서 만난 새로운 책이라니, 그것도 책에 대해서 비슷한 생각을, 공간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서로 공감을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그 얼마나 더 설레는 일이 있단 말인가.
우리는 들어가 하나하나 훑어보기 시작했다. 원래 소설을 좋아했던 친구는 나를 따라다니며 취향이 에세이 쪽으로 조금 기울었다고 한다. 에세이라고 하는 게 접하기 전까지는 사실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한다. 친구가 말하길 나는 그런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사람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일이라고 내내 이야기하는 나의 말에 완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를 따라 취향이 굳어진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을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편인데, 우리는 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한 책에 꽂혀버렸다. 처음 친구가 표지가 예뻐서 집어 든 보라색의 바탕에 달이 떠있는 '당신이 빛이라면'이라는 책이었다.
친구가 이 책이 너무 예쁘지 않냐고 해서 보다가, 안쪽 페이지의 한 문장이 스치듯 꽉 차게 눈에 담기는 바람에 넘기지 못하고 손에 쥐었다. 우리는 그 책을 손에 쥔 채로 서점을 구석구석 훑어보면서 취향의 책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원래 서점에 들어가면 우리는 한참을 책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다. 어느 서점에 가도 마찬가지다. 읽을 책을 고르는 데에 상당히 신중한 편이다. 우리는 책을 고를 때 비슷한 것들을 놓고 책을 고른다.
1. 책의 표지, 책 뒤편의 글.
2. 책 안쪽의 글씨체와 톤, 색.
3. 문장 스타일.
대게는 내용을 보기 전 꼼꼼히 따지는 것들이다. 저것들을 통과하면 아무 페이지나 펼쳐 문장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지를 확인한다. 그렇게 지나칠 수 없이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몇 권이라도 사는 편이다. 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날도 더러 있다. 이번에 만나 데려온 책도 그렇게 몇 번이나 확인을 했던 것 같다. 한참 동안 생각을 했다. 책을 구매하는 일을 책이 맘에 들면 웬만해서는 망설이지 않지만, 일을 하지 않는 중이라 책을 사지 않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여서 조금 오래 망설였던 것 같다. 서점을 돌아보는 내내 움직이는 곳마다 다시 손에 쥔 그 책을 펼쳐봤다. 아무리 펼쳐 봐도 포기가 안됐다. 이렇게 망설이는 책이면 안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펼쳐 볼 때마다 문장이 황홀했다. 감히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책을 구매했다.
'다다르다'는 책을 파는 서점이자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카페이기도 했다. 커피를 사랑하는 친구와 나는 잠시 그곳에 머무르며 구매한 책을 읽으며 커피 한잔을 하기로 했다. 통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도, 동네서점의 조용하고 여유로운 것도 이대로 벗어나기에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서점을 들어서기 얼마 전 다른 카페에서 이미 우유가 든 커피를 마시고 왔기 때문에, 가볍게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로 했다. 주문을 하고 책을 판매하는 2층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는 왠지 조금 어색해서 1층으로 내려왔다. 친구는 그날 7-8권의 책을 구매했는데, 이곳에 와서 이 책들을 만나게 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참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그리고 이후 친구는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대전을 가자고 이야기하는 중이다. 뭔가 그 이야기에 괜히 뿌듯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 다시 한번 더 그곳의 햇살에 취하고 싶다.
tmi -친구와 나는 빵과 커피를 관련한 공부를 하고 일을 해왔어서 굉장히 민감한 편인데 이곳의 커피를 마시고 나서 든 생각이 여기 운영하시는 분은 '본인이 마시고 싶은 커피를 하시는구나'라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냥 부가적으로 단순히 수익을 위해 카페를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커피를 사랑하기 때문에 책과 함께 두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커피의 가격도 저렴하고 아무래도 커피보다는 책이 우선되어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편견이 와장창 깨질 만큼 커피가 맛있었다. 진하고 뭉툭한 보통의 저렴한 커피의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정말 산뜻하고 깔끔했다. 이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햇살을 받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한잔 꼭 마셔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