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안식

얇은 눈꺼풀로 거짓 밤을 만든다.

by maudie

잠이 안 오는 밤의 연속, 그리고 오늘 결국 또 밤이 빛을 만나 멀리 도망간다. 이렇게나 긴 밤을 짧디 짧게 느끼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른다. 내내 아침이 오지 않길 바라는, 밤이 아쉬운, 그 때문일까. 아니면 내내 기쁜 밤이어서였을까.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캄캄한 밤이 지나고, 결국 다시 밝은 아침이 온다. 가득 밝아지는 세상이 익숙지 않은 듯 괜히 도망하고 싶다. 다시 캄캄한 밤이 되기를 나도 모르게 기도 하고 있는 듯하다. 이 밤이 왜 이렇게 짧은 걸까, 아니 그저 그렇게 느껴지는 것 뿐일까. 무섭고 컴컴한 밤이라고 생각했으면 그렇게 느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또 무심하게 툭 나를 또 울린다. 토독. 떨어지는 눈물에 구름을 얹어 밤이라고 착각해본다. 눈을 감기만 한다면, 아니 그럴 수만 있다면. 밤인지 낮인지 구분하지 못 할 것이 분명하니, 눈물을 핑계로 얇은 눈꺼풀로 시선을 가린다. 내내 캄캄한 어둠에 안도를 느끼는 아침, 마치 다시 밤이 온 듯.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내 해왔던 것 같은데, 사실은 피하고 싶은 게 아니라 다시 아침이 오는 게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어둠에서 벗어나 아침을 맞이하는 그 순간이, 힘겨울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 이렇게 몸부림치는 게 아닐까. 조금만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괜히 또 미운 마음이 든다. 시선을, 얇은 눈꺼풀로 가린다고 해서 세상을 가릴 수 있는 건 아닌데. 그걸 알면서도 짧은 안식에 감사한 지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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