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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8. 2020

연락

 또 다른 사랑의 모습

사랑은 하루 종일 일이 바빠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도 짬이 나면 먼저 연락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서비스 직에서 일을 했어요. 아침에 눈을 겨우 뜨면 새벽같이 일을 나가도 밤늦게서야 퇴근하는 일이 많은 일이었어요. 유명한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근무를 할 때는 심하면 집에 가서 씻고 나시 출근하는 일도 있었죠. 아 물론, 성수기에 해당하는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밥을 먹는 건 사치라고 느껴지는 날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쉬는 시간을 꼭 지켜주는 일은 없었죠. 


법이 바뀌면서 카페형 매장에서 근무를 할 때에는 고맙게도 함께 일하던 선임이 반드시 니 휴게시간은 지켜라. 아무리 바빠도 그건 아니다. 휴게시간은 반드시 쉬어라. 못 쉬게 되면 돈으로라도 받아라.라고 교육해주던 분이었어요. 그분과 일할 때에 저는 휴게시간은 꼭꼭 지켜졌지만, 역시 일이 고돼서 체하는 일이 많았어서 밥 대신 잠을 청했어요. 그마저도 지켜지기 어려운 때에는 휴게시간을 돈으로 받고 쉬지 못했죠. 화장실도 갈 수 없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잠깐의 화장실을 간다고 나온 그 순간에도 연락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런 건가 봐요. 내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화장실을 갈 시간조차, 밥을 먹을 시간 조차 혹은 그 체력조차 되지 않아도. 그 사람과의 잠깐의 연락이 어찌나 큰 에너지가 되어주던지. 밥을 먹는 것보다 더 큰 에너지가 될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저에게 그 사람의 목소리는 밥이 되었죠. 좀 바쁘지 않을 때는 짬이 날 때마다 온종일 연락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짬이 나는 시간에 그 사람에게 연락을 남겨 놓으면 다음 짬이 날 때 그 사람의 연락을 확인하는 거죠. 그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내내 아주 큰 버팀목이 되어줬었는데. 


그 사람은 알까요. 사람에게 다친 마음이 그 사람으로 인해 괜찮아지고 다독여지면서 겨우겨우 일을 해왔다는 걸. 괜히 예민해져서 짜증이 많아져도 다 받아주던 사람인데. 이제는 짬이 많이 나는데 그 사람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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