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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8. 2020

우연히라도

보고 싶다

너와 내가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서로 많이 지쳤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처만 주고 있는 모습이. 나중에 돌아봤을 때 좋았던 기억마저도 모두 왜곡될까 봐 무서웠어. 잠깐 미쳤었나 봐.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봐. 내가 너무 지쳐서 잠깐 어떻게 됐나 봐. 그때 널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모질게 정을 떼려고 했어. 울면서 붙잡는 너를 무시했던 대가가 이렇게 큰가 봐. 처음 두 달은 정말 속 시원하다고 생각했어. 너랑 함께 있을 때도 불안했던, 얇은 유리 위에 서있던 느낌이 들었으니까. 조금 조심하면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라 조심해도 깨질 것만 같았으니까. 너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어. 우리 관계가 깨질까 봐 두려운 건. 별을 져버린 이유로 나는 점점 시들어갔고, 그렇게 시들어 가는 나를 옆에 두고 있는 너도 점점 빛을 잃어갔으니까. 넌 아니라고 했어도 난 그렇게 느꼈으니까. 그래서 도망쳤어. 괜찮을 거라고 나 자신을 다독여도 자꾸만 네가 선명해졌어.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지만, 우연히라도 웃는 얼굴 보고 싶단 생각을 해. 여전히 가끔씩 말이야. 욕심이라는 거 알지만, 그냥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 그게 다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게다라고 거짓말이라도 할 테니, 한 번만 우연히 지나쳤으면 좋겠어. 널 보면 아마도 난 웃어주진 못할 것 같아. 아직 그 정도로 괜찮진 않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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