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잘랐다.

조금 허무했고, 조금 가벼웠다.

by maudie

요즘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졌다. 앞으로 어떤 것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늘 길었던 머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단숨에 미용실로 향했다. 어차피 고민이라는 것을 하면 자르지 못할 머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나는 항상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유지했다. 아무리 짧아도 겨드랑이까지는 내려오게 했다. 짧은 머리를 한 내가 얼마나 꼴 보기 싫은지 알기에 그렇게 길러 온 머리를 자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그렇게 곧바로 간 미용실에서 어깨선 바로 아래까지 잘라달라고 했다. 원장님은 진짜로 거기까지 자르는 거냐고 재차 물었다. 그리고는 단숨에 길이도 재지 않고 우선 댕강댕강 잘라나갔다. 아무래도 머리가 길어 한번에 자르기 어려울 테지. 그렇게 잘려나간 머리를 보고 눈이 커지니 원장님이 물었다. 얼마 만에 머리를 자르는 거냐고. 나는 이렇게 길이를 자르는 건 거의 2년 만이라고 했다. 그 이전에도 사실 이만큼 잘라본 적이 없다. 중학생 때 이후로. 조금 허무했고, 조금 가벼웠다. 왠지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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