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페이지를 쥐고 있던 손을 겨우 놓았다.
너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쥐고 있던, 떨리는 손을 이제야 겨우 놓았다. 생각에 잠겨 차마 덮지 못하고 쥐고 있던 너라는 책은 드디어 덮였고, 그렇게 내 손에서, 내 눈에서 멀어졌다. 머리와 마음에서는 언제 멀어질 수 있을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손과 눈으로부터 멀어졌으니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머리와 마음에서도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얼마나 오랫동안 펼치고 있었던 책인지 알 수 없다. 살아오는 동안, 앞으로 덮은 그 책을 잊어버리고, 새 책을 쥐어 펼치기까지의 시간 역시도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조금도 정말 조금도 예상할 수 없다. 너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지나 책을 덮는 데까지의 시간의 몇 배, 아니 몇십, 몇백 배는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안타깝게도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그런지 징글징글하게도 오래 남을 듯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책을 펼칠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 책의 마지막이 해피엔딩이던, 새드엔딩이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책의 마지막을 읽고, 그 후의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자연스레 잊히는 책이 있고, 다시 읽고 싶을 만큼 좋은 책도 있다. 그리고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 책이 있다. 단순히 취향의 차이일 수도 있고, 그 책의 내용이 얼마나 강렬했는가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없다고. 하지만, 왠지 너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게 된다면 어떤 누구도 다시는 그 책을 펼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는 확신할 수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이야기가 되어버린 건지 정말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는지. 참 안타까웠다가도, 참 끔찍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찝찝한 공포영화를 한편 본 것 같은 기분이랄까. 좋은 의미에서가 아닌 다른 의미에서의 여운이 남았다. 다시는 펼쳐 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내내 곱씹게 되지만 시간을 돌린다면 그 책을 펼쳐보지 않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하지만, 너를 펼쳐 들어 읽기 시작하기 전에 너를 알 수 있는 건 오로지 표지였을 뿐이니. 너를 펼쳐 든 나를 원망할 수도 없다. 시작한 이야기를 중간에 더 읽지 않고 멈췄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고 결국 마지막 페이지까지 많은 것들을 견디고 견뎌 버텼고, 결국은 그 페이지를 쥐고 넘기지도, 덮어 버리지도 못한 채 한참을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시간이 한참이 지나고도 그 페이지를 넘길 용기조차 없는 나는 쥐고만 있었던 것 같다. 차마 덮어버리지 못한 시간은 드디어 지났고, 벗어나기 위해 손에서 놓아버렸다. 멀어진 책이 다시 읽어보지 않겠냐고 했을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었다. 다시 읽으려 드는 순간부터 내내 엉망이었던 것 같다. 책을 쥐는 것 말고 페이지를 넘기는 일도, 덮어버리는 일도. 심지어 그 책이 아닌 다른 내 모든 생활을 따라다니는 너의 이야기로 내내 공포를 느꼈던 것 같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그렇게. 덕분에 내가 책을 다시 쥘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보다 표지가 그럴듯한 책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버릴까 그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엔 무엇이 있을까란 두려움이 더 커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