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비가 그쳤다.

그러니 눈앞의 저 비도 얼른 그쳤으면 좋겠다.

by maudie

비가 창을 맞고 토독토독 떨어진다. 마음에 내린 비가 그쳤다고 생각하니 왠지 저 비가 나 대신 울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다행인 건가 싶다. 마음에 내리는 비가 그쳤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게. 그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마음에 해가 뜰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마음에 한참을 내리던 비가 그치고 구름이 살짝 걷힌다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참 기특하다. 폭우가 내리던 시간을 버티고, 비가 잔잔히 내리게 되고, 나중엔 소낙비처럼 아주 간간히 내리다 결국 비가 그친 지금까지의 그 시간을 견딘 게, 그런 내가 참으로 기특하다. 그 기간을 견뎠으니 지금 이 비가 그치고 이제는 남은 구름까지도 걷히려 하게 된 거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만나 다시 마음에 해가 뜨고, 그 해를 바라보는 꽃이 피는 날이 오겠지란 생각이 가끔씩 드는 것을 보니, 완전히 구름이 걷힐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단 생각이 든다.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쨍쨍하게 해가 뜨는 그 날이 오긴 올 수도 있겠다는 그 생각에 괜히 들뜬 마음이 밖의 비에게 묻는다. 너도 곧 그치겠지? 그럼 너는 어디로 갈거니? 해 뒤로가 숨어버릴 거니? 하고. 언제 다시 앞으로 나와 마음에 노크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번에 내리는 이 비가 그치면 조금은 나에게서 멀리 도망갔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괜히 마음에 걷히는 구름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하니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든다. 괜히 조급해진다. 그러니 눈 앞에서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비가 내렸던 시간만큼의 시간이라도 내게 노크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이대로 환한 해를 보고, 맑은 하늘을 보고 그렇게 다시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이 많던 예전의 나로 그렇게 돌아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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