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 뒤에 숨긴 빛을

이제는 꺼내줘.

by maudie

밤이 길다고 생각했다. 빛을 어둠이 다 삼켰다고. 세상이 밝아지는 일 따위는 아주 잠깐 스치듯 지나갈 뿐이라고.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치기로 가득했던 그때의 나의 시간에 머문 어둠은 지금에 비해 밝은 거였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일 따위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라 믿었고, 죽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의 일은 우스갯소리로 뱉을 수 있을 만큼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그러니 당신의 밤이 길다고 해서 감은 눈을 붙이고 버티지 않았으면 한다. 눈을 떠야 빛이 든다. 그제야 어둠이 달아난다. 그러니 겁이 난다고 감은 눈을 버티지 말고, 힘을 풀고 천천히 긴장에 무거워진 눈꺼풀을 들어 올려 보기도 했으면 좋겠다. 빛이 들어온 눈앞에 맞닥뜨린 현실이 생각보다 그리 어둡지 않다.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그 무게를 눈꺼풀에 얹은 바람에 빛이 들어오지 못해 밤이 되었을 뿐이다. 긴 밤, 눈꺼풀 뒤에 선 빛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당신의 긴 밤이 멀리 달아날 수 있도록.


당신이 예쁜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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