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으로 쓴 미움도, 결국 사랑이라는 것.

속도를 맞추지 못해 보낸 사랑이 더 짙다는 것.

by maudie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사랑이 짙다.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자신의 시간에서 사랑스럽게 마련이다. 그것을 지나고 나서야 알아챈다는 것이 참 서글프지만, 지나고라도 알아서 다행인 걸까 싶을 정도로.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참 예쁘다. 어린 마음에 흘러가는 것들을 손에 쥐지 못한다 생각했고, 그것들에 의해 마음에 미움이 꽉꽉 들어찼다. 사라지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알아채지 못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질책이었는지, 그것들에 대한 그저 아쉬운 마음이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 알 수 없는 마음들에 의해 마음에는 가득가득 미움이 들어찼다. 보내는 것들이 많아지고, 알아채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내게서 지나쳐간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해졌다. 비집고 들어갈 다른 틈이 없을 정도로. 그렇게 미움이 들어차는 동안 멍청하게도 어린 마음은 뒤에 올 지나갈 것들에 대해서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면 그것들은 또 그럼 그렇지 하고 잔뜩 비웃으며 나를 비켜간다. 다들 지나쳐간다. 그럼 또 그것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가득 미움을 쓰겠지. 마음에 쓴 미움이 남은 공간이 없이 채워갈 때쯤, 정신이 아득해진다. 시간은 멀어져 가고, 사랑은 짙어져 간다. 아쉽고 미운 것들이 가득 들어차 공간이 남지 않았다 생각할 때에 나의 사랑은 점점 더 짙어진다. 보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지고, 그들이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빨라져도 나는 여전히 알면서도 알지 못한 채 뒤늦은 사랑을 한다. 알아차리지 못한 사랑에 스스로를 미워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큼의 사랑은 온도를 더해 타오르고 이내 잿빛이 된다. 짙어진 마음이 가눌 수 없어지는 순간이다. 모든 것이 타고 남은 재로 사랑을 덮고, 그위에 미움을 쓴다. 그렇게 사랑은 다시 미움이 된다. 아쉬움은 잿빛으로 쓴 미움에 바람을 불어 그것마저 날려버린다. 삼킨 마음에 머물지 못하게 하려는 것을 알지만, 차마 보내지 못하고 또 미움을 꼭꼭 눌러쓴다. 결국 또 사라지는 것들을 보내지 못하고 뒤늦은 사랑을 한다. 모든 사랑은 어이없게도 이런 루틴으로 결국 반복된다. 결국은 속도를 맞추지 못해 다 떠나보내고는, 그렇게. 내가 알아차리게 속도를 늦춰주지 그랬냐는 어리석은 원망을 던진다. 그 원망도 채 듣지 않고 다 사라져 간다. 꼭 사랑하는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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