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면 돼, 무너지지 않을 당신의 등.

by maudie

차가운 밤, 당신의 따뜻한 등에 내 등을 기대고 하루를 겨우 버텼다고 투정하고 싶다. 위태롭게 한 발로 서있었던 것만 같던 하루를 겨우 버텼다고 속으로 삼킨 눈물을 들키지 않게, 아주 살짝 기대고 싶다. 새우잠을 자도 괜찮다. 꼭 당신의 품에 안기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당신의 단단한 등에, 지친 등을 기대 쉬고 싶다. 우는 얼굴을 들키지 않고, 무난히 밤을 보내고 싶다. 당신의 등에 기댄 나의 등이 떨리더라도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기만 한다면, 그런 척만 해준다면, 나는 내일 다시 아무렇지 않았다는 듯 잠에서 다 깨기도 전에 당신의 등을 껴안을 수 있을 텐데. 기댄 등을 돌려 당신을 껴안고 얼굴을 슬쩍 묻고 킁킁, 등에 기대 얼굴을 가린 밤은 잊고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텐데. 정말 아무런 일도 없단 듯이.


포근한 이불만으로도 충분히 얼굴을 묻고, 지나칠 하루를 삼킬 수 있다고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역시 당신의 등에 지쳐 오그라든 나의 마음만큼이나 작아진 등을 맞대고, 차가웠던 하루를 녹이려 무거운 마음을 기대어도 , 단단히 버텨줄 것만 같은 그 넓은 등에 흔들리는 마음을 기대 무너지지 않는 밤을 보내고 싶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부서지는 아침 햇살에 부스스한 당신을 보고 새로운 하루를 당신 품에서 시작하는 것.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당신은 그저 어떤 것도 묻지 않고, 깊은 잠에 빠진 듯 내게 그 넓은 등만 내어주면 된다. 등을 돌려 안아주지 않아도, 알아차렸다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그냥 그렇게 등을 대어 주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런 당신이 있어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인 채 당신의 옆에서 지나는 밤을 붙잡지 않고 흘려보낼 수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사실은, 정말 사실은. 이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등을 기대고 싶다는 말로, 마음을 기대고 싶다는 말로.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대신한다. 촌스러운 마음을 이렇게 건넨다. 낯부끄러움에 나는 또 지고 말았다. 들키고 싶지 않은 하루를 보냈어도, 당신만 있으면 된다는 말을 이렇게 무드 없게 건넨다. 사랑한다는 그 말을 뱉는 것보다 어쩌면 더 큰 마음인 거라고, 그렇게 알아주길 바라면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잿빛으로 쓴 미움도, 결국 사랑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