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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Jul 28. 2021

비가 오지 않아도 너는 온다

꼭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꿈을 꾸었다. 밤새 그 사람에 대한 것들을 찾아보느라 그랬는지,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어서였는지. 그 사람이 꿈에 나왔다. 처음 그와 마주친 그곳에서, 무지개가 뜬 그곳에서. 그사람을 다시 만나는 꿈. 아픈 줄도 모르고 잔뜩 잠에 취해 있을 만큼 기분이 좋은 꿈이었다. 정말, 꿈이었다. 그리고 그 달콤한 꿈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원래 꿈이든 현실이든 달콤한 것은 잠깐이다. 그건 정말 변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야 이년아 일어나! 일어나!!!"

"음ㅁㅇ.ㄹ하ㅐ나ㅐ하ㅐㅏ거"

"뭐라카노!!!!! 정신 챙기라!!!!!!!!"

"아나..ㄷ....잘....ㄱ...ㄹ"

"야! 니 내보고 아침에 와서 깨워달라매!!!!!! 니 미팅있다 안캤나!!!!!!!"

"앍!!!!!!!!!!!!!! 몇시고!!! 지금 몇시고!!!"

"마, 한 시간 전이다! 니 안씻고는 못배이자나. 그래서 한시간 전에 깨블라고 왔지. 머리 안감으면 집앞에 편의점도 안가는 년이!! 빨 인나라 !!! 마!!!!"

"어어어어어어 아 내 좀 잡아도 잡아도"

"마, 이랄줄 알았지!!! 앍!!!! 야 야야야야 자빠진다 자빠진다!!!!!"

"으어어어어얽!!!!!!!"


- 우당탕탕 쾅 !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야!!! 니 개안나 !!!! 저기요 !! 야 내 사람 불러오께!! 쫌만 참아!!"

"야야야야야 나가지 말고 저기 콜 해라.....아아....ㄹ...ㄱ.."

"어어어어어어어!!!!!!!! 저기요!!! 여기 환자 자빠.. 아니 넘어졌어요!"

'네!! 지금 갈게요!!! 일으키지 말고 계세요!!!'

"네네네네! 빨리 와주세요!"

"아.........ㄹ....ㄱ.....ㅅ....ㅂ.. 헝.....졸랭 아파.....헝......."

"울지말고 쫌만 기댕기....!"

"환자분!!! 괜찮으세요?!?!?1"

"안괜찮아요오......헝......"


시트콤이 따로 없는 아침이었다. 내가 원하는 그림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조차 없었다. 이게 지금 무얼 하는 것인지, 이게 지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아침이었다. 밤 새 달콤한 꿈을 꾸었는데 분명, 눈을 뜬 아침은 정말 최악이다. 잠이 들기전 빈이에게 전화해 이것저것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었다. 작업을 할 수 있는 노트북과, 참고하던 책. 그리고 갈아입을 속옷 같은 것들을. 아침 일찍 좀 가져다 달라고, 가지고 오는 시간에 나를 좀 깨워달라고. 친구는 아침에 본인도 일어나기 힘들다며 당장에 가져다 준다는 것을 미끼를 던져 설득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 그녀가 온 것이다. 그리고, 그 미끼는 지금 놀란 토끼 눈으로 들어오는 저 남자였다.


"작가님 안.........녕.. 하시지 못하시구나. 괜찮으세요?"

"아.. 안녕하세요.. 보시다시피 안녕하지 못하네요....... 일찍 오셨네요..?"

"아, 네... 미팅 가능하시겠어요? 지금이라도 감독님께 전화를 드리는게 어떨까 싶은데.."

"아.. 아니에요! 저때문에 여기서 미팅하기로 한건데 그거마저 취소하긴 좀.."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제가 감독님께 전화를.....!"

"작가님! 밤새 괜찮으셨어요? 어머 이게 무슨일이야."

"아, 감독님! 아유,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이러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아 정말 죄송해요. 칠칠치 못해서..아침에 또..."

"작가님 괜찮아요? 아니에요, 작가님! 어유, 작가님 없으면 미팅 안되고, 여기 미팅룸도 있어서 괜찮아요. 오히려 잘됐지 뭐, 사무실 하나 더 있는 셈 치는 거죠. 낫기나 해요. 아니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람. 우선은 작가님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안되니까 오늘은 미팅룸 말고 여기서 바로 미팅 시작 할게요. 길게는 아니고 오늘은 어차피 수정부분만 같이 논의 하면 되니까. 간단히 하고, 작가님 대본 수정 하신 부분 중에 수정했으면 좋겠는 방향을 세가지를 추려왔거든요, 우선 그것만 얘기해보죠."

"아, 네네. 아유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일단은 저도 수정본 대본을 감독님께 먼저 달라고 해서, 봤거든요. 작가님 이부분에서....이렇게.."


아침에 일어나 부스스하게 배드를 올려 자리에 겨우 기대 앉은 몰골로 세수도 못하고 하는 미팅이라니. 조금이라도 멀쩡한 모습이려고 했던게 죄인가 싶은 아침이다. 내가 상상한 모습은 이런게 아닌데. 너무 속상했다. 엉망진창인 것 같은 시작에 속상한 마음을 감출길이 없었다.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그런 것을 따질 시간이 없었다. 곧 촬영은 시작해야하니 얼른 미팅을 하고 수정할 부분에 대해 논의를 했어야 하니까. 이런 몰골이지만, 그런 것 보다 드라마가 잘 나올 수 있는게 먼저니까. 


 사실, 소설을 쓰기 전의 나는 우울함에 관해, 밤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다. 에세이를 쓰고 싶었고, 시시때때 변하는 감정을 주워 담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만난 어느 작가님의 변화를 보고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난생 처음으로 소설이라는 것을 쓰게 되었다. 그 이전에도 소설이랍시고, 있었던 현실을 바탕으로 조금 조금 MSG를 쳐가며 쓴 것들은 간혹 있었다. 몇 자 쓰지 못하고 덮어버렸다. 다시 소설을 쓸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 한 채로. 그렇게 다른 작가들 처럼 인정 받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소설을 쓰게 되었고, 서툰 글솜씨로 투박하게 써내려 갔다. 이게 드라마가 되면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겠지란 꿈을 잔뜩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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