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충분히 애쓰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기보다는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때마다 마음에 들어오는 어떤 것들을 그대로 나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부족하고, 일기라고 하기엔 조금은 복잡한 마음들을 뱉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근래 마음에도, 머리에도. 무언가 들어오지 못하고 텅 비어 있었습니다.
병원을 가는 일을 제외하고는 딱히 무언갈 하려고 애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병원을 제외하고 어쩌다 가끔 밖에 나가 친구를 만나는 일을 제외하고는 정말 신기하리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집에 있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한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책을 잃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화를 보고. 어쩌면 유일한 낙이라 생각했던 것들 마저도 거의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마음에 빈 깡통 소리만 요란히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 울리는 그 빈 깡통소리가 요란하다 못해 견디기 힘들 만큼 유난히 크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요 며칠은 조금 살 것 같습니다.
내내 가던 병원도 어차피 다음 주면 다시 가야 하지만, 예전처럼 매일같이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매일 가던 병원을 한 달에 한 번만 가면 되기도 하고, 뭔가 시끄러운 마음을 재우고 싶기도 해서. 요양을 핑계로 시골집에 혼자 남아 친구를 불러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들기도 했습니다.
읽히지 않는 책과, 써지지 않는 글을 써야겠다는, 억지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접고 정말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오기 싫었던 곳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벌써 편해졌나 봅니다. 시간이 가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복잡했던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머리나 마음이 멈추었을 때에는 굳이 무언갈 하려 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애써서 살아가고 있고, 잠시 멈춘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니. 머릿속이, 마음이 시끄러울 때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세요.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걸 저는 여기, 문경에서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