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 안의 마음

by maudie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마음을 더 이상 막고 있을 수가 없었다. 버티면 버틸수록 마음은 더 빨리 불어났다. 증발하는 속도는 불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가득 찬 마음이 부피를 더해 막아둔 둑을 부숴버릴 것만 같았다. 저 둑이 무너짐과 동시에 나는 엉망이 되겠지. 그래서 네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돌아와 홀로 둑을 지켜야만 했다. 내가 널 사랑한다고 해서 네가 날 꼭 사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마음이 조금씩 증발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외로운 싸움에 생각보다도 더디게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가득 찬 마음은 바닥을 보이려면 억겁의 시간이 필요한데 너는 이미 그런 나를 두고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증발해야 할 것은 분명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저 둑안에 가득한 내 마음인데. 안간힘을 써봐도 너 없이도 너를 사랑하는 탓에 쉽게 마음이 증발할 새가 없다. 무턱대고 마음을 채운 탓이겠지. 너를 탓할 수는 없다. 억겁의 시간 동안 아주 조금씩이라도 마음이 줄어들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둑을 지켜야지.


무너져 엉망이 될 나를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

작가의 이전글뜨거운 사랑에 녹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