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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21. 2020

파란 하늘

귀여운 아이스크림

나는 하늘을 자주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엔 유독 하늘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맑은 하늘을 보는 게 우울감을 없애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보고 그때부터는 하늘을 더 열심히 본 것 같다.


사실 나는 하늘을 별로 볼 일이 없는 직업군에서 일을 했다. 하루 종일 실내에 갇혀 LED 등 아래에서 일을 했다. 상황이 더 좋지 않았던 때는 지상도 아닌, 지하에서 온종일 햇빛을 보지 못하고 일을 하기도 했다. 햇빛을 만나는 일은 아침에 출근할 때가 다였다. 그것조차도 해가 늦게뜨는 겨울에는 허락되지 않았다.  


케이크를 만드는 일을 하던 내내 창고형 공장에서 하루 종일 케이크를 만들었다. 작업의 특성상 파우더 작업이 많거나 조금이라도 비뚤어지면 안 되는 부분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최대한 밝게 한 채로 일을 해야 해서 차라리 어둠이 더 좋다고 생각할 만큼 빛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근무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최대한 불을 다 꺼놓고 조용히 있으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하루 종일 초과된 빛과 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점점 더 어둡고 조용한 곳을 찾았다. 자취를 할 땐 내내 불도 켜지 않고 암막커튼을 쳐놓고 지냈다. 산책을 해도 항상 아무도 없는 새벽시간에만 했던 것 같다. 겁은 엄청 많으면서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케이크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매장에서 근무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하늘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하루 종일 시달려도 케이크 회사 때보다 낫다고 생각한 게 하늘을 볼 수 있는 거였던 것 같다. 내가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케이크 회사에서 내가 어두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늘 밝고 사람들과 함께 으쌰 으쌰 해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어서 최대한 밝게 지냈다. 그냥 그것과는 별개의 느낌.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은 더 하늘을 좋아한다. 파란 하늘을 보면 답답함이 좀 가시는 느낌이라 그런가 바다만큼이나 하늘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하늘을 보다 여행지에서 만난 귀여운 장면 하나. 그게 지금 이 장면이다. 파란 하늘과 만난 아이스크림이라니. 사랑스러웠다. 한참을 멍하니 보다가 사진에 담고서야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찼지만 내 눈엔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번 경주 여행에서 만난 장면 중에 가장 귀여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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