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계절에 지나지 않고 쌓이기를 바랐다.

by maudie

너는 지나는 저 계절처럼 나를 지나가지 말아 달라고. 매일 밤, 너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부디 지나는 계절이 아니라 내내 함께 지날 계절이었으면 좋겠다고. 감아지는 계절을 따라 너는 내 손을 놓치지 않고, 나와 발맞춰 걸었으면 좋겠다고. 너만은 꼭 그랬으면 좋겠다고. 빠른 걸음을 재촉해 내 손을 놓치고 달아나버릴까 봐 나는 내내 불안했다. 내내 불안했기에 매일 너의 다정에 기대 그런 기도들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네가 지금 내게 주는 다정에 기대어 매일 뱉던 기도를 곱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짧은 다리로 느린 마음으로, 너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 아무리 애를 써도 긴 다리로 빠른 마음으로, 네가 내 손을 놓고 저 멀리 휘적휘적 사라져 가면 내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나는 매일 기도했다. 부디 계절처럼 지나지 말고, 늘 곁에 다정하기를. 계절이 지나도 우리는 지나지 않고, 그 계절들을 덮어 우리의 시간을 쌓아가기를. 하지만 결국 너의 그 빠른 마음은 내게 다정을 남기고 휘적휘적 사라졌다. 신은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고, 우리의 계절은 그대로 우리를 지나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