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도 했다, 지금까지. 여전히 지긋지긋하게 사랑이야기를 쓸 때면 꼭 내 이야기에는 네가 빠지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참 많이도 사랑했다. 어쩌면 다시 이렇게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많이 변할 수 있을까.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넌 참 오랜 나의 추억이자, 어쩌면 나의 시절이다. 다시는 찾아오지 못할 그런 시절. 너를 사랑한다는 노래를 이렇게나 오래 해왔고,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문장을 뱉어야 끝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가만히 앉은 이 새벽에 문득 드는 생각은 너는 나를 사랑했던 게 맞을까라는 것이다.
사실 너도 나에게 종종, 자주 아니 매일 사랑한다고 말했다.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내가 말한 것들은 꼭꼭 기억해 나를 웃게 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사랑이었을까 하는 이상하고 어쩌면 우습기까지 한 생각이 갑자기 나를 덮쳤다. 이제 와서 그게 왜 궁금해졌을까. 그렇지만 진짜 너의 이야기는 뭐였고, 정말 너의 노래는 어떤 음이었을까. 너와 내가 같은 이야기를 한 게 맞을까. 내가 기억하는 우리는 참 어리고 예뻤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아직도 너의 기억을 붙잡고 다시없을 사랑이라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의 가장 열정적이었던 시절이자, 가장 예뻤던 시절일 테니까. 가장 중요한 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전제를 가진 것이라는 것.
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사춘기를 지나 조금 더 성숙해졌지만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듯, 너를 그렇게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너를 사랑했었기 때문에 너를 이토록 그리워하는 것인지, 그때의 나를 그리워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은 아무래도 후자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너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때의 내가 존재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앞의 말도 틀리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지극히 나의 생각인 거고. 후에 너의 이야기는 어땠을까. 우리가 헤어질 때쯤부터 지금까지의 너의 생각이 참 많이 궁금해졌다.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궁금한 것은 궁금한 거지. 지나간 이야기라 어차피 너에게 물어보지도 못할 거고, 물어본다고 해도 넌 대답해 주지 않겠지.
우리 사이에 참 예쁘고 좋은 시간도 많았지만, 아프고 상처투성이인 시간도 분명 좋은 시간에 비례할 만큼 많았으니까. 나는 처음으로 길에서 누군가와 소리 지르고 싸워봤고, 나는 처음으로 소리치며 엉엉 울어봤다. 내가 하고 싶은 말과 표현을 아낌없이 하면서도 나를 사랑해주길 바랬다. 그리고 너는 그렇게 어린애가 되어버린 나를 오히려 어른스럽게 달래곤 했다. 매번 너는 내게 나보다 어린 어른이었다. 사실 네게 전하지 못했던 몇 가지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들려줬을 때 너는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들려줬지만 너에게선 어떤 답도 돌아오지 않았지. 우리는 우리의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길 바랬는데. 역시 흘러간 시간을 붙들고 그때와 지금이 같기를 바라는 건 나 혼자라서. 너에겐 어쩌면 지긋지긋한 이야길 지도 모르지. '사골처럼도 우려먹는군.' 하고 생각할지도 말야.
어쩌면 너보다 내게 조금 더 큰 상처여서 그런가 봐. 너에게는 그저 마음의 상처, 지나고 나면 계절을 따라 잊히고야 말 좋지 않은 추억의 한 페이지 정도겠지. 하지만 내게는 참 깊은 상처고, 후벼 팔 수 있을 만큼 파여서 아물기까지의 시간이 너보다는 훨씬 더 많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지. 앞으로도 얼마나 더 필요할는지는 모르겠어. 참 슬프게도 말야. 그래도 미안하단 말은 할 줄 알았는데, 아쉽네. 어떤 이야기도 해주지 않는 네가 참 아쉬워. 너는 듣지 못했지만, 나는 들었잖아. 별의 심장소리. 분명 계절은 뜨거운 여름이었지만, 내게는 차디 찬 겨울이었던 그때를 너는 모르고, 나는 아니까. 궁금했나 봐. 내가 가진 아직 아물지 못한 기억을 넌 어떻게 생각할지 말이야. 미안함에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 아마도 성공일지도.
너의 이야기가 궁금했었는데, 또 나의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차피 들리지 않을 메아리를 바라는 쓸데없이 아린 미련이지만 말이야. 별을 따라 끝에 달이 보여. 이 밤, 그래도 반짝이는 별이 외롭진 않겠단 생각이 들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야. 언젠간 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란 대단한 착각은 접어두고, 찬 바람에 멀어지는 구름 사이 어디쯤 박힌 달과 별의 노래를 들으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