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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Mar 06. 2022

시간을 들인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거나 어느 쯤의 관심을 둔다는 것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 시간을 들인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관심의 척도 같은 것 말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두면서 그 누군가에게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만큼 모순된 것도 없다. 관심이 많으면 시간을 그만큼 많이 들이게 되고, 관심이 적으면 시간을 그만큼 적게 들이게 되는 것. 어쩌면 노력하지 않아도 그대로의 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시간이 나서 연락하는 사람과 시간을 내서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시간을 내서 연락하는 사람이 더 관심이 있다는 거겠지. 살면서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해오면서 인간관계만큼 복잡하지만 단순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하루를 돌아보면 바쁜 와중에 나는 누구와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고, 누구와 연락을 가장 많이 했는지 선명하게 보이는 때가 있다. 물론 일로써 연락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서 말이다. 간단한 안부만 묻는 정도라면 그것도 역시 그저 지나가는 인사 정도일 테니. 나는 가끔 잠에 들지 못하는 밤을 만나면 하루 종일 들여다보았던 메신저를 다시 본다. 가만히 누군가와 한 대화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다가 울음이 나다가 한다. 당장 보고 싶단 마음이 들기도 하고. 서운한 마음이 홀랑 들었다가 또 쓱 사라지기도 한다. 내내 신경 썼던 마음들이 그 사람에게 전해졌을까 하는 마음에 불안한 때도 있다. 들킨 마음이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하고. 어쨌든 결론은 다른 사람의 시간에 내가 얼마나 들어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내 시간에 누가 오래 들어와 있었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다. 어쨌든 그 사람보다 내 마음이 먼저니까. 그리고 내 시간에 오래 들어온 사람에게 괜스레 심술이 난다. 내가 들인 시간만큼 그 사람의 시간에 내가 없는 것 같은 서운함에. 결국 좋아하는 마음 같은 건, 사랑하는 마음 같은 건 시간과 같은 선에 놓인 것이 확실한 것 같다.


결국 너를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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