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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Mar 17. 2022

또 온다 봄이

또 봄은 온다. 겨우내 잔뜩 움츠린 마음에 비집고 들어와 기어코 꽃을 피운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계절이다. 너무도 예뻐서 차마 도망할 수 없는 계절이라 그 잔인함이 배가 되는 것 같다. 마음 한가득 또 꽃밭을 만들어 두고 이내 시들어 버릴 테지. 뜨거운 태양에 녹아 이것이 사랑이라 알게 되면 또 금세 지고 겨울이 올 테지. 결국 또 흔적도 없이 무채색의 세상에 나를 버려둔 채 사라져 버릴 봄 따위 반갑지 않다고 이야기 한들 어찌 반갑지 않을 수가 있겠나. 결국 나는 또 홀린 듯 봄을 사랑한다 하겠지. 마음에 핀 꽃들도 결국 다 지고 말 것을 이미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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