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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Apr 27. 2022

봄과 영원


봄바람에 살랑이는 빛을 보다 살짝 고개를 돌려, 그보다 더 반짝이는 너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내내 간지럽고 고왔던 우리가 쌓아 온 추억들이, 마치 영원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봄은 늘 그랬다.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게 했고, 반드시 그러리라 믿게 만들었다. 차갑고 무채색이었던 겨울 따위는 완전히 잊은 채로. 봄이 영원하리라 믿는다는 건, 어쩌면 그렇게 믿지 않으면 부서지는 햇살 따라 삽시간에 부서져 사라질 것만 같은 공포가 일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 믿음을 비웃는 듯 계절은 보다 더 빠르게 흘러 거짓말처럼 또 겨울이다. 또 봄이 와도 나는 다시 영원을 바라고, 다시 그것이 영원하리라 믿겠지. 그렇다고 영원하진 않겠지만, 그것이 나를 살게 하는 것이라면 그걸로 충분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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