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곳곳에 남아 주위를 맴도는 너의 이름을 주워다 모은다. 지워지지 않고, 잊히지 않고. 가는 걸음마다 흩어져 앞으로도 나를 따라 올, 수많은 너의 이름들을 나는 그대로 두고 갈 수가 없다. 이런 내게도 눈을 감고 모르는 척을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한참 감은 눈을 떴을 때에 이제는 더 이상 너의 이름이 나를 따라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을 뜨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정말 거짓말처럼 도돌이표가 붙은 악보처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너의 이름은 여전히 내게 남았다. 내가 가는 곳곳을 따라다녔다. 내가 주워 모은 너의 이름이 얼마나 될까. 그 이름에 따라온 수식어들은 또 얼마나 될까. 셈을 할 수 없겠지. 너를 사랑한 나의 마음을 셈할 수 없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