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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05. 2022

나는 걷는다.

마음이 미칠 것 같을 땐, 숨 쉬는 것도 벅차다 느껴질 만큼 지칠 땐, 걷는 버릇이 여전히 지독하게도 남아서 아픈 발을 절뚝이면서도 굳이 또 나는 오늘을 걷는다. 그럴 땐 오히려 절대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누군가를 꼭 불러내 같이 걸을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유도한 채로 말이다. 우습지만 심심하고 외롭다는 핑계를 댄다. 그것만으로도 기꺼이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고맙게도. 집에 가기 싫다는 어쭙잖은 핑계와 투정을 늘어놓고선 붙잡아 둔다. 그리고 한참을 걷고서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내가 살아내는 방법이다. 물론, 혼자 걸을 때도 많지만.


돌아와 씻고 자리에 누우면 온 몸에 한기가 돈다. 억지로 버티고 이 악물고 걸은 다리는 하루를 질책하는 듯이 비명을 지른다. 시큰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그저 가만히 누워있는 게 하루를 잊은 고통이다 싶을 정도. 똑바로 채 눕지도 못하고 시린 다리에 신음을 삼킨다. 그러고도 나는 내일 또 걷겠지.


사실 원래도 걷는 걸 좋아했다. 다치기 전까지만 해도 생각이 많거나 속상한 일이 많거나 진상을 많이 만나던 날에는 늦은 밤 퇴근해 아침 해가 뜨기 직전까지 걷곤 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면서도 기어이 걸었다. 걷고 나면 조금은 견딜만했으니까. 저린 마음으로 가만히 있으면 더 저리기만 했으니까. 다친 이후로는 재활을 위해서 걷기는 했지만 의사 선생님과 부모님의 만류로 이렇게 무리를 하지는 않았다. 나는 한동안 하지 않았던 걸음에 다시 집착 아닌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에게 벌이라도 주고 싶은 사람처럼 굴었다. 마음이 시큰거린다. 참은 눈물이 뼈를 삭히려 든다.


내 이 두 다리가 얼마나 더 버텨줄까.

내 이 마음은 또 얼마나 더 버텨줄까.


.

.


새벽을 걷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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