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글이라도 써야지.

by maudie

글을 쓰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한다. 여태 썼던 글들만 봐도 생각이 많은 걸 알 수 있겠지만, 유독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내가 지금 이런 글을 써도 괜찮을까?', '이런 글을 쓰면 나중에 나한테 안 좋지 않을까?', '혹 시라도 마음에 여유가 생겨 새로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이 알면 안 되지 않을까', ' 너무 솔직하게 글을 써서 새로 누구를 만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만약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면 이 모든 일들을, 내 글을 숨겨야 할까?', ' 내가 이 글을, 이 모든 일들을 과연 숨길 수는 있을까?'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한다.


아직까지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나도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고 사람의 마음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서 이런 부분들이 사실 걱정이다. 내가 다시 마음에 여유가 생겨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이 모든 일들을 숨겨야 하는 건지, 아니 숨길수는 있을는지. 솔직한 생각으로 이런 일들을 겪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과연? 나는? 나는 어떨까? 나는 과연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을 온전히 편견 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이런 아픔을 겪은 사람을 내가 사랑할 수 있을지. 오히려 편견을 가지고 보느라 그 사람에게 더 상처가 되는 건 아닐지. 과연 나도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내 이야기들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까? 숨겨야 하는 건가? 미래의 나를 위해서? 그럼, 그렇다고 하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글이라는 건 그 사람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게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경험을 완전히 배제하고 허구의 것만으로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정말 단 1퍼센트도 경험이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내가 나고, 자라고, 내가 보고, 듣고 한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거니까. 지금 이 글들도 다 나니까. 내가 겪은 거니까. 내 이야기니까. 언제고 알게 되지 않을까. 내가 지금 숨긴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이야기하게 되겠지. 거짓말을 싫어하니까. 숨기는 것도 거짓말이니까.


수도 없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서로 부딪힌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지 않아?' , '굳이 몰라도 될 이야기를 세상에 꺼낸다는 게 좋기만 한 것을 아니지 않아?'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근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이런 이야기를 알고도 나를 사랑한다면 진짜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게 나니까. 이게 진짜 나니까. 경험이 만들어낸 나는 뾰족하고, 겁이 많고, 굉장히 예민할 것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경험했던 일들이 다시 일어날까 봐 내내 불안해할 거다. 그 불안을 불만하지 않고, 불안케 하지 않으려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과연?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로 걱정을 하는 게 취미인가 보다. 어쩌면 이런 일들이 평생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뭐가 그렇게 항상 무섭고 두려운 건지. 앞서서 불안해하고 있는 나는 내가 안쓰럽다. 그래도 내 이야기를 오늘도 난 멈출 수가 없다. 글이라도 써야겠기에. 숨은 쉬어야겠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