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마음이야기 #213.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나의 지난 선택들이 모인 곳이다.
수많은 선택들 중 시간이 흘러도
유독 기억에 남아 나를 찌르는 것이 있다.
바로 무언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듯 완결되지 않은 문제는
의식에 남아 강박의 형태로 마음을 압박한다.
이런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 한다.
다소 작은 심적 압박에서부터
트라우마 등의 병적인 형태로
의식 깊숙이 내재화될 수 있는
자이가르닉 효과는
사회 단위에도 적용된다.
미완의 형태로 덮어 쌓아온 문제들은
치우지 않은 쓰레기 더미처럼
여러 형태로 사회 곳곳을 병들게 만든다.
우리 사회에는 과거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외면해 버린 미완의 문제가 산재해 있다.
그 미완의 문제들은
지역, 이념, 계층, 세대 등
거의 사회 전 분야를 썩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작금에 오르내리는 뉴스만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지금 보이는 것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소위 지도층과 그 세족들의 폐악은
사회의 수용범위를 벗어난 지 오래다.
한낱 월급쟁이 공무원이 국민을 우습게 생각하고
정치인, 관료, 언론인, 기업가, 교육자 등은
탐욕의 카르텔을 구축하며
그들만을 위한 국가를 만들어 왔다.
이들의 폐악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 국민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큰 원인임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큰 괴물들은 우리가 먹이를 많이 준 괴물들이고
우리 자녀들 또한 탁월한 괴물로 만들려
비싼 돈 들여 교육시키고 있는 게 사실이지 않는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좋든 싫든
우리 모두가 지금껏 선택한 것들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지금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문제 해결을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당도했다.
자칫 어설픈 봉합은 더 큰 트라우마를 키워
다음 세대에게 떠 넘기는 행태밖에 되지 않는다.
정치권뿐만이 아니라 각계각층 온 국민은
지금 처한 문제의 원인에 대하여 냉정히 진단하고
마음 모아 함께 수습책을 만들어 과감히 실행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선택해 내야만 한다.
한가롭게 경제 성장이 늦춰진다는 둥
북한의 위협이 어떻다는 등의
비겁한 핑계로 이 시기를 얼렁뚱땅 넘길 일이 아니다.
기초에 금이 간 집은 아무리 보강을 해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작은 구멍 하나에도 뚝은 무너진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기초에 금이 간 정도가 아니라
갈기갈기 찢기고 구멍 투성이인 상황이다.
지금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 꼭지 위에 위태롭게 서있다.
몇 년을 아니 몇십 년을 더디 돌아가더라도
감히 "뼈 아픈 선택"을 하자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