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보는 것.
눈을 모으고 힘을 줘야 보이는 Magic eye 같은
일상을 벗고선 빈 마음으로 나를 보는 것.
큰 그림은 가까이에서 보면 감상이 어렵죠.
몇 걸음 뒤 여유가 머무는 어느 자리에서 봐야 하지요.
우리네 인생은 세상 몇 장을 그려 넣어도 남을 그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본다면 그래 본다면 조금은 달리 보이는 그림.
부족한 점에 매달려 애태웠던 나도, 빛 고운 자리에서 빛이 된 것처럼 으쓱대던 나도 그곳에서는 보이죠.
여행자의 마음은 조금 다를 거예요.
설렘과 호기심 품은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친절하죠.
얼굴엔 미소가 머물고 아주 작은 것들과도 눈인사를 나누죠.
그 마음엔 조그만 감탄들이 방울처럼 맺히죠.
그 방울들은 마음을 물들이고 눈가를 적신답니다.
딱 떨어지는 정장을 입지 않을 거예요.
마음 머무는 곳에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옷이 좋을 거예요.
짙은 화장과 향수는 어울리지 않지요.
햇살을 막아줄 선크림과 고운 말 머무는 입술에 어울리는 립밤 정도면 좋을 거예요.
살짝 올린 마스카라 정도면 눈 빛도 살아날 수 있겠네요.
가방은 가벼울 거예요.
생수 한 통과 소담스러운 간식, 텀블러에 담아 온 커피가 있다면 더 없이 향긋해지죠.
노트 한 권 펜 하나 끼워 마음에 담긴 세상을 그려보는 것도 좋겠죠.
집은 필요하지 않아요.
세상엔 집이 많으니까요. 그 집엔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잠이 들면 되지요.
차도 필요하지 않아요.
때론 기차를 타고 때론 자전거를 타고 그러다 마음 끌리는 곳에선 조용한 산책을 하는 거예요.
여행은 차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마음과 손잡고 해야 하거든요.
정해지지 않은 길에서 만난 모든 것들은 내 것이 되고 영원히 소유할 수 있지요.
영원히 가질 수 있는 것은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이죠.
돈은 차는 집은 옷은 마음에 담을 수가 없어요.
그 길 끝에 섰을 때 지나온 세상을 모두 볼 수 있지요.
고단한 몸 내리고 빈 마음으로 보는 그 길은 더 없이 아름다울 거예요.
빛 고운 날 눈 감고 살며시 미소 지을 때 그때를 그려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