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아빠가 울었다

by 김윤우


☼오늘의 질문)

할머니가 해준 음식 중,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은 음식은?

부추 장떡

나는 할매 표 돼지국~~ 거기로 정구지(부추)가 들어감!

나는 할매 고동국!

거기도 정구지가 들어가지!

그리고 할머니가 만든 메밀묵 손으로 찔러본 사람? 나야 나~!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네



아빠가 엄마를 잃었다.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나랑 여동생 가족은 부산을 찾았다. 다음날 할머니를 뵈러 병원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날이 밝기도 전 새벽 무렵, 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와 동생이 소식을 접했을 때 부모님은 이미 병원에 가 계신 뒤였고, 나는 동생과 함께 뒤늦게 짐을 챙겨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살면서 처음 본 장례식장의 풍경이었다. 내가 본 장례식장의 풍경은 상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사흘 내내 울고만 있을 것 같았던 아빠는 장례식장을 찾아온 손님과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대화를 나눴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웃기도 했다. 사실 나는 그 모습이 조금 어리둥절했다. 아빠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슬프지 않은 걸까.

사흘간의 장례 절차를 마친 다음 할머니를 평생을 살아온 고향 수목장에 모셨다. 할머니와 함께 아빠가 태어났을 무렵 돌아가신 할아버지 나무를 함께 심으며 아빠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그동안 못 해줘서 미안해요. 하늘에서는 꼭 건강하이소. 아버지, 나는 아버지 얼굴도 잘 모릅니더. 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아버지가 보고 싶어도, 나는 아버지 얼굴을 모릅니더... 50년 만에 엄마 만나는데, 다시 만나서 꼭 행복하이소"


아빠는 그제야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아빠 옆에 있어 주는 것, 가만히 아빠를 바라봐 주는 것, 그것뿐이었다.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오는 길에 나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마지막엔 따뜻하게 할머니 손을 꼭 잡아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하늘에선 부디 아프지 마시란 인사와 함께 아빠를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이다.


아빠에게 할머니는 어떤 엄마로 기억될지 궁금했다.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본가로 돌아와 간단히 맥주를 마셨다. 그날 밤 동생이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할머니가 안 미웠나? 아빠 크는 동안 매일매일 큰아들만 챙겼는데 할매 하나도 안 밉더나?"


시골에 갈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얼굴로 우릴 맞이해주는 할머니가 너무 좋았다. 늘 할머니는 본인이 할 수 있는 가장 맛있는 걸 만들어주고, 좋은 이불은 아껴뒀다가 우리가 가면 꺼내주었다. 손녀 손자에게 참 따뜻한 분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자라면서 할머니를 미워한 적도 있었다. 설움 받는 막내로 자란 아빠가 안쓰러웠기 때문이었다. 아빠는 항상 할머니 일에 앞장서는데, 정작 할머니는 아빠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았다. 늘 막내아들은 뒷전이고 큰아들만 챙기는 것 같아서, 한동안 할머니에게 다정하게 말하지 않기도 했었다. 동생의 물음에 아빠는 대답했다.


“우리 엄마 안 밉다. 우리 엄마 참 대단한 사람이지. 고맙고 또 불쌍하고, 아빠한테는 그렇다. 아부지 일찍 돌아가시고, 젊어서 아빠랑 큰아빠랑 고모 혼자서 키우느라 할매 인생은 없었다 아니가. 넉넉하진 않았어도 할매 덕분에 내는 행복하게 자랐지. 그러니까 너거도 할매 너무 미워하지 마라”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올해로 11년이 지났다. 지금도 아빠는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면, 종종 아빠의 엄마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할머니 나무 앞에 한참을 앉아 있다 돌아오곤 한단다. 아빠는 예순이 되어서도 여전히 엄마가 그리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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