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가족 여행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남원
왜 남원이 기억에 남는지 이유도 알려줘야지~
너희들 어릴 적에 같이 갔으니까.
어릴 때 우리 집 식구들은 자주 가족여행을 다녔다. 무엇이든 직접 보고 느끼는 게 가장 좋은 학습이라는 것이 부모님의 교육관이기도 했고, 성인이 되면 자연스레 가족들과의 시간이 줄어들 것이란 생각에서 비롯된 계획이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는 거제, 통영, 남원, 함안, 서산 등 부산에서 가까운 지역부터 여행지로 유명하지 않은 다양한 지역까지 많이 돌아다녔다. 실제로 부모님과 함께 다녀온 여행지는 커서도 우리에게 친숙하게 느껴졌다.
성인이 된 뒤로는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두 달 전에 미리 서로 일정을 맞춰야 했고, 각자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 이동 거리도 계산해야 했다.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계획하면서 지역을 고민하던 중 대화창에 질문을 던졌다. 아빠의 기억에 가장 강렬했던 가족 여행지가 궁금했다. 아빠는 망설임 없이 ‘남원’이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우리가 어릴 때 함께 갔던 곳이기 때문이라 했다. 남원은 내가 청소년기를 벗어나기 직전인 고등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둔 시기에 다녀온 장소다. 그러니까 삼 남매 모두가 미성년자였던 시절에 갔던 마지막 가족 여행지였다.
벼르고 벼르다 지난해 통영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가족여행답게 가족 티셔츠도 맞췄다. 처음엔 이게 뭐냐고 했지만, 부모님도 내심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부모님과 삼 남매 다섯 명이었던 식구가, 여동생이 결혼하고 조카를 낳으면서 일곱 명이 됐다. 여행은 좀 더 시끌벅적해졌다. 그리고 과거엔 부모님이 우리를 챙기며 여행했다면, 이젠 우리가 부모님을 모시고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게 됐다는 것도 한 가지 달라진 점이었다.
여행 중 케이블카를 타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아빠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것이었다. 30년 넘게 아빠의 딸로 살면서 이제야 이 사실을 알게 된다니. 분명 어릴 때도 케이블카를 함께 탄 적이 있었을 텐데, 그땐 아빠보다 바깥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이겠지. 누구에게나 그렇듯 어릴 적 나에게도 아빠는 슈퍼맨이었다. 못 고치는 물건이 없고 무서운 것이 없었던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케이블카 안에서 양쪽 안전바를 꼭 움켜쥔 두 손을 목격하고서, 인간적인 아빠의 모습에 살짝 웃음이 났다.
아직도 내가 모르고 있는 아빠의 처음이 있을까? 다음 여행에서 또 새로운 아빠를 발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