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 갔다가 돌아오는 날 현관문을 나설 때, 아빠는 가끔 내게 봉투 하나를 건넨다. 봉투에 든 건 딸에게 주는 아빠의 용돈이다.
나와 일상을 시시콜콜 모두 공유하는 친한 언니는 내가 부산에 다녀오면 늘 묻는다. 이번에도 용돈 받아왔냐고, 그러면서 우스갯소리로 서른이 넘어서도 용돈 받는 ‘불효자식’이라 덧붙인다.
다 커서 부모님께 받는 용돈은 특별하다. 당연하게 받았던 어린 시절 용돈과는 의미가 남다르다. 액수보다 엄마, 아빠의 마음이 더 크게 전해져 올 때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부산에 자주 가지 못하는 탓에, 한번 다녀올 때마다 소소하게 용돈을 드린다. 보통은 기차 시간이 다가올 무렵, 집을 나서기 직전에 용돈을 드리는데, 그럴 때마다 아빠도 용돈 봉투를 꺼낸다. 그럼 우리는 서로 오랜만에 식당에서 만나 식사하고 계산대 앞에서 ‘아유, 내가 낼 게- 그냥 넣어둬-’ 하며 티격태격하는 친구처럼 괜찮다고 말한다. 끝끝내 서로 봉투를 교환할 걸 알면서도 늘 그런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때 봉투 겉면에 서너 줄 정도의 편지를 쓴다. 대게 내용은 이렇다. 너무 짧게 있다가 가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나는 늘 즐겁게 지내니까 엄마 아빠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건강 잘 챙기시라는 메시지다. 실제로 내가 부모님께 바라는 전부이기도 하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아빠가 준 봉투 겉면에 용돈을 받았던 날짜와 장소, 그날의 감정을 간단하게 기록한다. 그리고선 그동안 받았던 봉투를 상자 안에 차곡차곡 모아둔다. 앞으로도 쓸 수 없는 용돈일 것 같다.
얼마 전이었다. 본가에 가서 우연히 아빠가 모아둔 스크랩북을 발견했다. 거기엔 내가 준 용돈 봉투가 빠짐없이 모여있었다. 그걸 보면서 생각했다.
‘와, 나 진짜 우리 아빠 딸 맞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