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 프로그램을 끝내고 태국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저녁 무렵 메시지가 하나 왔다. 아빠가 보낸 영상 링크였다.
영상 속 주인공은 가수 화사였다. 나는 그녀와 같은 해 봄 종영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었다. 그녀가 연말 연예 대상에서 당시 함께 만든 프로그램으로 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말하며 내 이름을 언급해 준 것이다.
아빠는 이 상황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또 자랑스러운 것 같았다. 그건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살면서 이런 일이 잦진 않으니까 말이다. 종영한 지 반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당시를 기억해 주고, 고맙다는 말을 전해온 마음이 다정해서 따뜻했다. 방송이 나가고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작가들에게도 많은 연락이 왔다. 순전히 그녀가 애쓴 대가로 받은 상인데, 그 공에 날 보태준 것에 조금 울컥하는 마음도 들었다.
오랜만에 그녀에게 연락했다. 아빠가 환갑에 가까워지시면서 최근 좀 무기력해지신 것 같았는데, 방송을 보고 너무 좋으셨는지 가족 대화방에 수상소감 링크를 올리셨다고. 지인분들께도 자랑하고 어깨를 으쓱해하셨다며 덕분에 효도한 기분이라는 마음을 전했다. 개인적으로도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녀는 아빠가 좋아하셨다는 말에 오히려 더 기쁘다고 답했다.
아이처럼 좋아하며 자랑스러워하던 아빠의 모습이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자주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더 귀한 장면이다.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