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
내 인생 첫차는?
우리 차는 다 아는데, 아빠 첫차는 뭐였는지 모르겠네
중고 1통 봉고킹캡인데 그때 가격 7십만 원.
그걸로 배추, 무 소매 장사를 처음 했지. 보물 3살 때쯤.
보물 3살이면, 보배공주 태어났을 즈음인디?
89년도? 90년도? 가격 지금 들으니까 신기하네. 색은 뭐였음?
그때 차 있는 사람 별로 없었지. 색깔은 파란색
15년 만에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고등학교 3학년 겨울에 면허를 딴 뒤로 운전을 해본 기억이 없다. 운전에 대한 공포심이 컸고,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한 탓도 있었다. 그러다 서른넷이 되던 해 다시 운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이유는 아빠였다.
아빠와 시골에서 단둘이 시간을 보낸 날이었다. 즐겁게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도 보고, 야식을 먹으며 한참 이야기도 나눈 뒤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다. 도시의 밤과 달리, 어둠이 내려앉은 시골의 밤은 공포스러울 만큼 고요했고 깜깜하게 느껴졌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을 뚫고 느껴지는 건 밖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뿐이었다. 오랜 시간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그 어둠이 어색하고 무서웠다.
아득한 어둠을 온몸으로 느끼며, 내가 생활하는 도시에서의 밤을 떠올렸다. 지금 내가 사는 집에서는 늦은 새벽 시간에도 길가에 늘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온다.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이 있어 블라인드를 쳐도 빛이 새어 들어와 불을 꺼도 방안의 구조가 어렴풋이 보일 정도로 밝다. 나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와 불빛에 묘한 안정감을 느낀다. 새벽녘에 갑자기 위급한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겠다는 위안일 수도 있겠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랑 단둘이 시골에 있는데 갑자기 위급한 상황이 생겼다 치자. 내가 아프면 분명 아빠가 날 차에 태워 병원에 데려가 줄 텐데, ‘만약 갑자기 아빠가 아프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럼 나는 119를 불러야 하나? 또 시골 동네까지 들어와서 다시 병원으로 가는 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아니면 옆집에 가서 도와달라고 해야 하나? 옆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뿐인데? 그럼 나는 누구한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자 머릿속이 까매졌다.
서울 집에 도착하자마자 운전학원을 알아보고, 도로 연수 15시간을 끊었다. 한 달 내내 열심히 연수를 받았고, 운전에 적응해 갈 즈음 조그마한 차도 한 대 샀다. 아빠에게 차를 산다는 소식을 전하자, 문자가 왔다.
“딸, 차 사는데 아빠가 용돈 좀 보내줄게. 계좌번호 보내줘”
“아빠 왜 이렇게 많이 보냈는데. 아빠랑 같이 산 차니까 안전하게 잘 탈게!“
“그래, 아빠 마음이야. 안전하게 잘 타”
운전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아빠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지만, 내가 운전하는 내내 걱정했던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일로 차를 함께 타는 일만 생기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