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심리상담
천장 사는 사람의 몸을 긴 칼로 턱 하고 쳐서 보조 천장사들에게 던진다. 해머와 주걱으로 인간의 몸을 조각내고 해부하고 의식을 치른 이후 인간의 몸은 독수리들의 밥이 된다. 외국인은 볼 수 없다는 천장을 티벳 현지인 가이드의 도움으로 개조된 스쿠터를 타고 험한 산을 올라가서 볼 수 있었다. 번진 물감처럼 핏자국이 가득한 산 위에 수많은 독수리 때들이 주위에 몰려든 것만을 바라보며 혹시나 영화 사이코처럼 독수리들이 산사람들에게로 달려들까 봐 두려움이 밀려올 정도였다. 21세기에도 천장이 천년을 넘게 이어 오고 있다는 것이 그저 기이할 뿐이었다.
여행사를 차릴 꿈을 가진 웃음기 많은 큰 눈의 20대의 가이드에게 물었다.
“혹시 너처럼 젊은 사람들도 천장을 원하는 거니?”
-응, 죽어서 난 그렇게 하늘로 가기를 원해. 가난한 사람들은 물고기 밥이 되는 거야.
영혼이 새를 통해서 하늘로 전해진다는 믿음은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왔지만 독수리가 내 몸을 먹을 수 있다는 상상은 끔찍했고 그들의 문화를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티벳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가서 여러 자료를 찾은 이후에야 의문이 풀렸다. 천장은 라마불교의 영향에 의한 것도 있지만, 시체를 묻어도 썩지 않는 척박한 땅이라 이러한 장례풍습이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천장을 티벳의 자연환경, 문화에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상대방의 입장에 서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타인의 입장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되는 것들에 대해 다르다가 아니라 틀리다고 말해버리는 적은 없는가? 상담실에서 커플, 부부, 부모 자녀가 같이 와서 서로의 행동을 알 수 없다며 대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인인 내가 다른 문화권인 티벳의 천장을 보며 이해하지 못했다면, 같은 민족 같은 문화권의 심지어 같은 집에 살면서도 상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서로 입장의 차이가 다를 때 상담자인 나는 황희 정승처럼 이 편도 저 편도 들지 않는다. 상대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말해준다. 상대가 말도 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그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서 우선 들어는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공감’은 ‘그랬구나’라고 앵무새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상황에서 상대가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타당성’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까칠하고 도도하고 심지어 폭행을 일삼는 텔레비전 주인공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이 그럴 수밖에 없는 행동의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행동의 '타당한 면'을 이해한다. 예전에 ‘송 포유’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실제 문제 청소년들은 반항아들은 거친 말과 행동의 문제 증상만 보여주어 시청자 반발을 샀다. 반면 드라마 상속자에서 친구를 무릎 꿇리고 폭력을 일삼는 학교폭력 가해자 역할의 김우빈은 사랑을 받았다. 상속자의 김우빈은 어머니를 잃어버렸고, 바람 피운 아버지가 있었고, 돈은 많지만 외로웠으니까 사랑받고 싶은 여린 내면을 알 수 있었으니까.
상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담자가 남들은 모르는 내담자들의 구체적인 정보를 알게 되면 그들을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다. 그래서 상담실에서 내담자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그의 지각하는 세계를 바라보게 되면 ‘당신은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그래서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상담자에게 공감받는 경험을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해 통찰하는 순간이 온다. 상담에서처럼 나 자신의 마음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읽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청소년 아이들에 대한 이해나 아이가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서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옳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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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티스토리, 브런치, 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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