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는 것을 보지 못 하였습니다. 아무런 긴장이나 초조, 약간의 경계심이나 불안조차 없이 오후가 되어서야 마치 잠든 적이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잠에서 빠져 나옵니다.
천천히 일어나 영역표시를 위해서나 사용되었을 분비물을 쏟아내고는 그 어떤 위협이나 예기치 않은 바람 한 점 없는 공간으로 나섭니다.
왕좌. 수 백만 년의 유산이 복리로 불고 불어서 어느덧 오른 절정. 모든 먹을 수 있는 풀과 식물들, 가축으로 수렴되기 까지의 역사상 모든 짐승들..그들의 피와 살이 정제되어 육화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먹이 혹은 먹거리.
그 앞에 앉아 왕자의 품격에 어울리는 느릿함으로, 하늘하늘한 움직임으로 천천(天天)히, 피라밋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봅니다. 많은 나라가 주식과 서브 반찬이라는 개념이 없이 순서대로 먹을 것을 감히 강제하거나 원탁 위에 널부러져 있지만, 한국인은 주식인 밥 한 숟가락을 입안에 밀어넣고 나서야 비로서 모든 반찬들이 왕된 자의 간택을 바라는 궁녀들의 애절한 얼굴과 간드러진 몸짓으로 교태를 부리는 모습을 즐길 수 있지요.
그 서열의 견고함으로 공고하게 떠받혀진 왕좌에 앉아 선택하는 자와 선택받는 자의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 가운데 든든하게 '한국식'으로 밥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