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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우리만의 축제, 말일절

중년이 되어야 알 수 있는 것들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우리만의 축제, 말일절

매월 말일을 기념하기 위해 말일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가급적이면 외부약속을 잡지 않은 채 둘만의 파티를 합니다.


오십고개를 넘어가서 그런지 이제 무언가 처음을 함께한다는 약속이나 사람보다 마지막에 함께일거라는 약속이나 사람이 더 미더운가 봅니다.

심지어는 말일절이라는 단어의 어감마저 마음에 들더군요.


오늘은 국산 청포도 와인 '절정'이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입보다 먼저 코를 감싸고 도는 청포도의 싱그러움이 어제부터 갑자기 찾아온 봄인듯 반가운데 한 모금 마신 술을 그냥 식도로 넘기기가 아까워 입 앞쪽에서 굴리다 입 안쪽까지 퍼트린 상태에서 한참을 굴리다가 겨우겨우 삼키곤 했네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얼굴을 바라보면서 고기 한 점에 와인 한 모금, 말일이 지나고 다가올 새로운 한 달이 오는 것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설핏 발그레한 그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일절도 절정에 도달합니다.


이 아름다운 감정에 대한 기록을...항상 설거지를 마치고 난 현실에 묻어나는 덤덤함 속을 애써 뒤적거려서 다시 주워올려야 하는 지금이 살짝 아쉽네요.


하지만..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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