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친구가 컴퓨터를 봐준다고 일찍 퇴근해서 집으로 들이닥칠 때만 해도 어젯밤이 그리 긴 밤이 될 줄을 저는 알지 못 하였습니다.
정작 컴퓨터 설정은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 한채 술집으로 고고. 둘이 즐겨먹는 돼지 뽈살과 목덜미살은 추후로 미루고 소고기를 사준다니 헛기침으로 따라갈 밖에요.
차돌박이와 갈비살에 둘이서 소주 3병을 깔끔하게 비우고 정신이 낭창낭창 유들유들 봄 버드나무 가지처럼 하늘하늘 거리는 수준에서 헤어졌어야 좋았을 것을..
좋아하는 먹태에 맥주 한 잔으로 목이나 헹구자는 말에 얻어먹고만 끝내기에는 저도 염치가 없는 일이라 권자커니 먹자커니 1천하고도 500CC 에틸알콜로 황사낀 목울대를 씻어내고!
9시가 넘어 집에 가자고 나선 길에서 이 내 벗님이 우리 집쪽으로 방향을 잡을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요. 집에 가자는 말이 헤어지자는 말이었는데 정말로 우리 집으로 가더군요..흐미..
옛날통닭에 생맥주까지 포장해서 월급 받은 아빠마냥 비닐봉투를 흔들며, 자주 와서 익숙해진 내 집을 제집삼아 편하게도 자리잡고 심기일전하야 처음인듯 마시는디, 맨날 보고 하는 얘기 무에 그리 재밌다고, 지껴대고 웃어대고 깔깔대고 허허대고 목마른 새새끼마냥 고개를 주억거리는 박자에 맞추어 맥주통이 하나 둘씩 찌그러지고. 마지막 맥주통이 스러지고 시계도 열 하나 치고 열 둘 치고, 날을 바꿔 하나 치고는 내 모를 일이라 일어나보니 자근방래한 벗은 간 곳이 없고, 왠지 헛헛한 내 마음은 갈 곳이 없으나 흐드러져라 안양천변에 벚나무들은 일화방창 꽃망울 폭죽을 수도 없이 터뜨리니 어디 보자 이 내 몸이 청천백일을 뚫고 등용문한 청룡이냐, 큰 뜻 품고 몸을 숙여 때를 노리는 와룡이냐, 월요일 첫날부터 주지육림에 빠져 정신없는 몽룡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