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을 앞둔 중국집 춘래원春來園에 짜장 하나, 짬뽕 두 개, 탕수육 하나 주문전화가 오고, 영업시간이 지났지만 주인 신작로는 음식을 만들어 배달원 만식에게 철가방을 메워 내보냅니다.
마식은 검문 중이던 군인들이 짬뽕을 빼앗으려 하자 실갱이를 벌이다가 철가방으로 군인을 때리고 총까지 발사되는 상황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옵니다.
티비에서는 폭도들이 철가방까지 동원하여 국가전복을 획책한다며 계엄령이 더욱 확대되고...
도청과 금남로에 뿌려진 이름없는 이름들에 대한 잡탕 같기도 하고 짬뽕 같기도 하게 뒤죽박죽이 된 광주의 어느 날에는 그렇게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어 4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풍화되고 왜곡되는 가운데서도 푸릇하게 봄마다 다시 회억되고 있음인가요..
블랙코미디 장르를 빌려 짬뽕 한 그릇 때문에 광주항쟁이 시작되었다는 억지스러운 가정을 하지만 정작 실제 역사는 무엇 때문에 시작된 것일까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있어서의 광주항쟁의 위상과 역할..과 같은 어려운 얘기가 아니라 10년 동안 고향 한 번 못가고 일해서 겨우 마련한 중국집 주방장과 배달원과 종업원과 다방 레지가 죽거나 죽음을 보아야 하는 이유를 평생토록 알지 못하고 있음이 가슴을 쿵..때리는 작품입니다.
한국 민중사의 꽃넋이라고 해도 좋을 광주행쟁에서조차도 주체가 되지 못하고 대상화되고 희생되는 민중, 민초들의 한이 다시 봄이 되어도 봄같지 않은春來不思春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느껴지는 어지럼증을 일으킵니다..
꽉 찬 관객석에 아우르는 세대, 젊은이들에게 그 날은 어떤 의미로 남아있는 지 궁금해질 정도로 박수들을 열심히 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