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심장이 쿵쾅거려 잠을 못 잤었노라고 고백하는 아들에게도, 시간이 남아서 수험표 뒷면에 모든 답을 적어와 그날 저녁에 정확한 채점이 가능할 정도로 무덤덤했던 저에게도 이미 까마득한 날입니다만, 그래도 인생의 전부가 걸린 날인듯 결정적인 그 날들도 지나고 나면 한 줄기 피식 웃음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날처럼 초연하게 바라 볼 수 있게 됩니다.
자기 싸움은 자기가 해야하는 법이기에 누가 대신할 수는 없지만, 수능 전쟁이 끝난 오늘 저녁에는 모두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율했던 저들처럼 삶의 환희 속에서 축배를 들으며 스스로를 위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