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자작시, 너를 만나고 가는 비
몇 날 며칠 속을 끓이고
혼자 그르렁 거리면서
그래, 나는
너를 만나고 가는 비.
커다란 용기로
하늘 벼랑에서 뛰어내렸다.
툭툭툭
네 어깨를 두드리고도,
그래서 네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쳐다보아도,
말 한 마디 못하고 마는
그래, 나는
너를 만나고 가는 비.
나 좀 보라고
내 얘기 좀 들어보라고
나를 느끼고
내 살아있음을 알리는
땀 내음을 맡아 보라고,
찌푸려 인상도 써 보고
소리도 내 보고
울어도 보고
비릿한 체취가 나도록
너를 향해 달려도,
그래, 나는
너를 만나고 가는 비.
그렇게, 나는
너를 만나고 가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