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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Oct 09. 2023

<도을단상> 눈에 걸리면 마음에도 걸린다.

가을이면 찾아오는 손님

<도을단상> 눈에 걸리면 마음에도 걸린다.

가을이면 찾아오는 손님


토요일에 텃밭에서 수확한 것들에 대한 뒷작업으로 일요일과 한글날 휴일도 반납하고 일을 했네요. 오늘 보기로 한 연극까지 취소할 정도로 일이 많을 줄 몰랐습니다.


혈압과 당뇨에 정말 좋다는 고구마 잎을 씻다가 달팽이 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에 씻겨 죽거나 힘에 눌려 죽거나 삶아져 죽을 가능성의 미로를 뚫고 우리 눈에 띄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을 것입니다.


눈에 걸리면 역시 마음에도 걸리는 법입니다. 몰랐으면 몰라도 알고 나면 매정하게 대하기 어려운 법이지요.


용케 짝을 이뤄 두 마리가 눈에 걸린 것도 매년 가을마다 찾아오는 인연이다 싶어서 두부 케이스에 비닐 씌우고 숨구멍 틔워서 키워보기로 합니다.


내년 봄까지 6개월 정도는 사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면 찾아오는 인연,

철따라 떠나갈 인연을 맞고 보내면서 저도 또 한 해를 보내고 맞게 되겠지요.


이제 호박잎에 발아현미밥 얹고 깻잎나물과 콩나물과 고구마 줄기로 담근 김치와 나물까지 한 입 싸서 먹을 수 있습니다.

생각컨대 고작  건강한 이 한 끼 식탁을 채우려고 삼일동안 몸뚱아리가 버겁고 한 해가 다 기우는 공력이 들어갔으니, 맛난 것 찾아 헤매기 보다는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에 감사하며 맛나게 먹을 줄 아는 저 자신이  자랑스러워 이유 있는 뻐근함이 몰려옵니다. ㅎㅎ


식사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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