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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Nov 26. 2023

<도을단상> 꽃의 어원에 관한 비이성적 고찰.

자작시

<도을단상> 꽃의 어원에 관한 비이성적 고찰.

‘꽃’의 어원에 관한 비이성적 고찰


무엇이든 그렇듯이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레임으로

거친 숨소리 묻어나도록 키스를 하고 난 후,

나는 너와의 섹스를 예감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좁은 여관방, 어둠 속에서 희번덕거리는 이 새벽의 끝에 있을

무슨 벅찬 희열의 움틈이라도 보았단 말인가.

젖혀진 커튼은 다시 여미고, 여며진 너의 가슴은 풀어 헤친다.

열려진 방문은 다시 닫히고, 이내 닫혀진 너의 몸은 내게로 열린다.

이제 비만 내려다오,

이제 비만 내려다오,

씨앗이 터져 싹이 나고, 싹이 터져 꽃대가 오르는 상승의 변증,

허리가 휘는 두어번의 절정, 잦아드는 네가 안타까워

나는 네 젖가슴을 한 입 베어물었다.


미치도록 흰 너의 몸이 발그라이 달아오른 미소를 끝으로,

내 안에서 흐드러지다가 못내 떨어져 나간 네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음은

피어선 지고, 피어선 지고, 피고 지고 피고 져도

살아살아 되사는 이치를 네가 알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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