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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Nov 27. 2023

<도을단상>  장작불

장작불

<도을단상>  장작불


십 수년

잊고 지내다

장작이

불을 만났다


타닥타닥

할 말이 많을 수 밖에


어쩌다 대못처럼 깊은 옹이가 박혔느냐

보듬는 손길이 화끈거린


새카맣게 속이 탔노라고

말하다 보니 서러워

뽀얗던 얼굴이 붉게 물들고

이 보라, 이 보라며

비추는 불 빛에 숯검댕이

가슴살이 드러난다


얼마나 아팠느냐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오죽하면 못 버티고 쓰러져

생살을 파고드는 톱니를 맞고

정신이 번쩍

도끼날에 기억을 잃었더냐고


수 십년을

잊고 살다

장작이

불을 만났다


타닥타닥

살아온 회한이 쏟아질 때마다

울컥울컥

허연 입김이 하모하모

맞장구를 치며

밤을 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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