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을 임해성 Dec 02. 2023

<도을단상> 함께 늙어가는.

열매 맺는 나무가 되어다오

<도을단상> 함께 늙어가는.

부모님과 우리.


모처럼 따뜻한 햇살 아래 나란히 걸으며 그림자 사진을 한 장 찍습니다.


부모님은 아들, 딸 남매. 하나는 보내고 하나를 맞이하셨지요.

우리도 아들, 딸 남매. 하나는 외국으로 보내고, 하나는 아직 안고 있습니다.


아들녀석이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생각이 없다면 이 그림자 사진도 이것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지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나요.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휜다 했나요.


늙은 부모 모시고 함께 늙어가며 돌아보니 그저 열매 맺는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겨울이 혹독해도 봄이 되면 다시 젊어지는 나무와 달리 사람은 마냥 늙어가기만 할 뿐이니, 살아 살아 되사는 방법은 그저 자손들이 결혼해서 아름답게 아름다운, 곱디 고운 아기들 낳아 잘 키우는 모습 바라보는 재미에, 제 굽은 등 볼 새 없이 살다가 뽀얀 손주 얼굴 눈에 가득 담아 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좋은 날에 왜 아들녀석은 데이트 안 가고 게임만 하는지..ㅋ

.

.

매거진의 이전글 <도을단상> 장작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