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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을단상> 혼밥하는 이유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이 있는 교육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혼밥하는 이유

이 번 교육은 하루 강의 프로그램인데, 외부 식당에 점심식사를 회사에서 준비해 주는 것이야 당연할 수도 있지만 저녁 식사까지 준비가 되어 있더군요.


저는 점심과 저녁 모두 교육생들과 함께 하지 않고 점심은 굶고 저녁은 숙소로 돌아와 혼밥을 먹습니다.


강사인 제가 있으면 의례 눈과 귀는 저를 향하고 교육생들의 입은 다물어지기 때문입니다.


중간 기점인 점심 시간에 교육생들끼리 자유롭게 주고 받은 말들은 눈길과 눈빛이 되어 1시에 다시 돌아옵니다. 그 말 없는 말을 듣고 오후 강의의 강약완급을 조절하면서 일체감을 높여갑니다.


이 번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담보하는 실행력을 요구하는 교육인지라 술이 동반되는 저녁 자리에는 정말로 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행에는 여러가지 심리적, 물리적 저항선이 있기에 자사 사정에 밝은 교육생들이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드러내고 크든 작든 그 날의 동료들과 결의를 맺는 자리가 되려면 제가 없어야 합니다.


강의를 마치고 교육장을 나서면서 건네는 인사말과 눈길의 온도만으로도 제가 확인해야 할 정보는 충분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이틀을 굶고 오늘 사흘째 굶으러 갑니다.

코로나 이후 12킬로 이상 불어난 몸에 낀 기름기를 제거하는 부수효과에 오늘 아침 샤워 후 벗은 몸에서 인간의 실루엣이 보이더라구요.


일석이조, 일거양득, 일타쌍피, 일타강사 출동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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