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를 다룬 기념 연극 '뚜껑없는 열차'를 보러 나왔습니다. 제 섹시 포인트를 높여주는 목걸이도 빼고 기름기도 뺀 상태에서, 위안부와, 늘 가방에 함께 하는 세월호 리본과 미얀마 시민들을 위한 세 손가락 인사로 사진을 찍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2021년에서 1940년대로 뚜껑없는 열차를 타고 시간이동을 한 김우순과 위안부로 끌려갔다 온 박순심과의 만남, 그리고 다시 2021년 현실에서의 재회를 다룹니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군이나 일본인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신발공장에 취직한다는 거짓말에 이끌려 만주로 끌려갔다 6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순심을 향해 '더럽'고 '부끄럽'다며 손가락 질을 하는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 그 무서운 가학과 냉소와 냉대만으로 무대를 채웁니다. 고려 이래로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환향녀들을 화냥년으로 취급하는 당대 사람들의 무지가 무대를 채웁니다. 2021년에 우리는 누구도 그녀들이 더럽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죠. 그런 인식을 가진 김우순은 도대체 순심이가 잘 못한 게 무엇이냐고 피를 토하듯 절규합니다.
24시간, 1,440분, 86,400초 모든 순간 순간이 역사입니다. 그 역사에 대한 해석입니다.
세월호 아이들의 문제 역시 당대 사람들의 냉소와 무관심 속에서 그 진실이 인양되지 못한 채로 있고, 미얀마 사람들의 목숨을 건 자유에의 여정도 이 시대 당대의 이해관계와 자본의 논리 속에서 질식하고 있는 것이지요.
무엇을 보고 듣던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어떤 사고와 행동을 할 것인가.. 타자의 폭력보다 더 무섭고 서러운 공동체 구성원들의 냉소와 무지는 없는가를 더욱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출연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선의와 공동체에 대한 사랑에 감사의 고개를 숙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