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00초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을 임해성 Oct 15. 2024

[도을단상] 나와 할아버지

담배 하나 주게

[도을단상] 나와 할아버지

좋은 극장에서 좋은 작품을 보았습니다.
손자의 눈에 비친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

극중 배경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뉴스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80대 할아버지와 20대 손자의 이야기로 보입니다.

꼭 찾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서 시간이 있으면 같이 어디 좀 다녀오자는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춘천으로 떠납니다.
마침 그날 할머니는 갑자기 쓰러져 중환자실로 가게 됩니다. 손자는 할아버지와의 여행을 통해 할아버지의 입으로 당신의 살아온 세월과 마주하게 되지요.
결혼한지 1년도 안 돼 6.25가 터졌고 전쟁에서 다리를 잃고 평생을 의족에 의지하여 살아온 할아버지가 집을 비운 사이, 신혼의 단꿈도 없이 신산한 세월을 투닥거리며 살아온 할머니는 다음날 사망합니다.

담배 있냐, 하나 줘 봐라...
아내의 임종 소식에 손자에게 던진 한 마디.
노무현이 죽기 전에 한 그 한마디...

막이 내리고 배우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의족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억지로 감정을 쥐어짜는 연극이 아니라 잔잔하게 밑에서 조금씩 조금씩 치고 올라오던 감정이 끝내 역류하는 그런 연극이었습니다.

흡연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대에선 정말 담배를 피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술이 담아내고자 하는 현실은 좀 더 현실적이어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그 짙은 연기를 비집고 새어 나오는 씁쓸한 담배 연기까지 무대에서 느낄 수 있었다면....많이 울었을 것 같네요.
.
담배 하나 주게...
.
.

매거진의 이전글 연극 반디 재관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