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회사 인간관계에 치이는 이유

우리 회사 조직문화는 어떤가요?

by 마음결

직장을 이직하고 난 후, 유독 인간관계가 나를 소모되게 만들었다. 분명 이전 직장에서는 지나갈 법한 일도 자신을 자책하고 눈치 보는 일이 잦았다. 반면에 업무상 일어나는 실수들에 대해서는 제법 유연하게 대처하며 상사보다 의연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관계에 대한 소모가 잦게 일어나다 보니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며들었고, 퇴사하고 싶은 이유는 타인이 보기에 너무 사사로웠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인간관계에 지치게 하는 것일까? 크게 소심해서도 사람들과의 보이는 문제가 있어서도 아닌데, 이 전 직장과의 차이가 무엇일까? 끝이 잡히지 않는 엉클어진 실마리를 싸매고 있던 나에게 '전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 A가 해결책을 주었다.


A: 너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야?

나: 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을 수가 없어. 좋은 사람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A : 그래? 그럼 너는 회사에서 TF팀을 꾸린다면 어떤 유형의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나 : 전 직장이면 일을 잘하는 디자이너 B, 기획팀 C, 나 이렇게 끝?! 일을 잘하는 사람들하고 팀을 꾸리겠지? 이 구성만 있어도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깐. 그런데 지금은 말도 잘하고 대인관계 기술도 좋은 사람들이랑 팀을 꾸리고 싶어. 여기서는 일을 시작하려면 절차가 복잡해 막히는 게 많거든. 수직적이면서도 그렇지 않기 때문에 관계가 좋지 않으면 지지를 받지 못해.

A : 그럼 네 문제는 대인관계에 있는 게 아니라 조직문화에서 기인한 것 같은데? 구조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 관계가 필요하다 보니 관계에 메이는 것 아냐?

나 : 그런가?

*같이 구성하고 싶은 팀원을 고민하는 질문이 '회사의 조직문화'를 암묵적으로 파악하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내가 이전 직장에서 유연하게 넘겼던 타인의 반응에 민감히 반응하고, 모두와 잘 지내려고 하는 이유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함'이었다. 일을 하기 위해서 업무에 대한 지지(시간적인 배분, 인력, 자금)이 필요한데, 여기서는 직급이 있어도 '관계'가 좋지 않으면 지지를 얻기 힘들었다.


조직문화에 맞춰 일을 수행하기 위해 ‘나는 그동안 관계’에 역량 이상으로 노력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본래의 성향과 맞지 않다 보니 하루하루 말라가고 있던 것뿐이고.


문제를 '나무'에서 찾지 않고, 뿌리 끝에서 찾으니 모든 것이 간단명료해졌다.


내가 업무를 더 잘하고 조직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의식 중 택한 '관계'를 너무 부여잡지 않고 ‘나에게 맞는 방안’을 찾는 것!




"너무 오버하지 마세요. 내가 마음에서 허락하는 정도에서만 친절하세요."

- 백종원 -


대화의 희열2에서 백종원은 상대방이 베푸는 호의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되 본인의 선을 넘는 친절로 '반대급부'를 만들지 말라고 조언했다.




회사에 적응하고 그에 합한 인재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인재상'에 기인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에 몸담은 내가 오래도록 버티기 위해서는 결국 '나에게 맞는 생존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생존법은 회사에서 원하는 모습뿐 아닌 '내가 회사 생활을 존속' 할 수 있는 철저히 나를 위한 숨구멍을 포함한다.


지금도 사사로운 감정과 상대의 반응들이 습관처럼 머리를 스치지만, 내가 더 일을 잘하고 회사에 존속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편이 아니라면 이제는 태연해지기로 했다. 술자리도 사람들과의 시간도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는 아니기에 '나에게 필요한 것'에 에너지를 쏟기로.

그 시작점으로 나는 브런치를 택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모든 불편함에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