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이 밀려와
낮은 밤이 되고 밤은 낮이 되어
만날 수 없는 시간에 만나게 되었지
심연의 나와 해변의 너
밤에 사는 나와 낮에 사는 너
뒤섞인 세상에서 표류하는 동안
나를 위해 찾아준 작은 웅덩이
숨기에는 따뜻했던 은신처
헤엄치기에는 너무 작은 해변
크게 안으려 할 때면 들리는 소리
사각사각 빛이 잘리는 소리
몸속 깊숙이 안기려 할 때면 들리는 소리
서걱서걱 갑피가 부서지는 소리
빛이 사라질 때쯤 보게 되었어
촉수가 잘려나간 푸른 해파리
어둠이 사라질 때야 보게 되었어
똑바로 걷지 못하는 꽃게 한 마리
네가 사는 낮에는 내가 보이지 않아
내가 사는 밤에는 네가 보이지 않아
너와 나의 거리는 심해와 해변 사이
너와 나의 거리는 낮과 밤의 시간
다시 해일이 밀려와
낮은 낮으로 밤은 밤으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
각자의 시간으로 돌려놓을 재난
살아남아.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