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었다. 사랑받고 싶어서 투덜거리고 짜증을 부렸다. 돌아오는 것은 외면과 비난이었다. "투정 부리면 안 돼" 사랑받고 싶은 이들로부터 멀찍이 거리를 두었다. 상처받지 않을 거리에 있었다.
이해받고 싶었다. 이해받고 싶어서 소리 지르고 울었다. 돌아오는 외면과 비난이었다. "넌 정말 까다로운 아이야" 점점 침묵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말할수록 피곤해질 뿐이었다.
모든 기억을 잃고 어른이 되었다. 아무 일도 없는 듯 살고 싶었지만 가끔은 사랑받고 싶은 그 아이가, 이해받고 싶은 아이가 불쑥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나 아직 여기 있다고, 혼자 외롭게 두지 말라고, 너마저 나를 외면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행패를 부렸다.
그날도 그런 행패를 부린 그런 날이었다. 다시 만난 '엄마'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나를 도와 달라고, 나를 이해해 달라고, 나를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내게 냉정하게 말했다. "너의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 해"
어렵게 꺼낸 내 말을 또 다시 거절한 '엄마'가 미웠다.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어? 어떻게 나를 혼자 둘 수 있어? 왜 나는 사랑해 주지 않는 거야? " 난생처음 먹어보는 아이스크림을 흙바닦에 떨어트린 기분이었다. 녹아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보면서 흐느껴 울었다.
엄마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나에게 엄마는 누구일까? 그녀는 어떤 슬픔이 있는 것일까? 왜 내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결국 그녀도 한계가 있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그늘 때문에 온전히 나를 사랑해 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부족했던것이 아니다. 내가 엄마를 과대평가하며 상상속 인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녀는 내게 결핍을 채워준 동시에 자신의 결핍을 알려주었다. 엄마의 어둠을 알게 되자 자연스레 밝음이 보였다. 그녀가 내게 해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짙은 어둠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려 애썼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줄 수 있는 전부를 주려 했음을 알게 되었다. 어둠이 있기에 '너'의 밝음이 드러날 수 있었다. 어둠이 있기에 '너'를 볼 수 있었다. 어둠조차 '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