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딸은 엄마와 더 친한 줄 알았습니다.
한걸음 멀리 물러난 채 바라보았습니다.
나를 보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그녀가 웃고 있으니까요.
그것만 바라봐도 좋으니까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무뚝뚝하기만 한 줄 알았습니다.
아버진 언제나 한걸음 뒤에 계셨습니다.
늘 괜찮다고만 하셨습니다.
그저 옅은 미소만 짓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 것인 줄 몰랐습니다.
기쁜 날 함께 웃어주는
슬플 날 함께 울어주는
표현해야 하는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못다 전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 것인 줄 몰랐습니다.
내 방문 앞에서 서성이던 인기척이 당신인 줄
골목길 가로등에 불을 켜는 사람이 당신인 줄
밤새 무겁게 깔리던 한숨소리가 당신인 줄
보이지 않는 사랑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안 들리는 목소리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다시, 그날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자상한 목소리로 괜찮냐고 묻고 싶습니다.
미안한 일이 많았다고 사과하고 싶습니다.
다 떠나서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마웠다고...
그럴 수 없기에
이제 제가 당신이 원하던 말을 되뇌며 살아갑니다.
흐릿한 움직임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으려 합니다.
작은 속삭임도 흘려듣지 않으려 합니다.
부끄러움 때문에 말을 삼키지 않으려 합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안부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