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르지 않고 싶다
(형) 1. 물체가 메마르지 아니하고 늘품이 있게 부드럽다. 2. 성질이 유순하다 < 누굿하다
빠릿한 세상
노긋한 관망
갓 구운 식빵을 반으로 찢으면
결 사이로 김이 모락 피어오른다.
겉은 살짝 단단한데 속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노긋하다’는 이런 게 떠오른다.
요즘 세상은 빠르다.
속도전이다.
AI는 자고 일어나면 새 기능이 생긴다.
어제 무언가 익힌 거 같은데 잠시 후 업글 버전이란다.
주식은 점심 먹는 사이에 잠시 폭락했다가 커피 식을 무렵에 반등한다.
사람들은 다들 뭔가에 쫓기듯 빨빨대고, 사람들은 다들 ‘지금 아니면 늦는다’며 눈빛이 번들 번쩍하다.
“그래봤자 다 타겠는데?”
타버린 식빵 겉면 같다.
톡 치면 아사삭 무너지는 구퉁이 재들처럼 버석하다.
언뜻 스치듯, 누군가가 말했다.
"이것저것 정신없을 땐 잠깐 빠져나와 보는 것도 괜찮아"
'어차피 다 못 따라간다.'
이 생각이 마음 깊이 들었을 때,
나는 잠시 모든 것을 꺼버렸다.
눈앞에 속이 촉촉한 식빵을 갈라 맛있게 먹었다.
게으름이나 도피 같은 건 아니다.
어딘가 먹혀들어가는 게 싫어 잠시 떨어진다.
빠름, 빠름, 바쁨, 바쁨보다
노긋한 기술을 익히고 싶다.
뽈록 촉촉한 계란 노른자처럼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을.
이때다 싶은 순간은 없다.
그러니 시때 가리지 않고 가는 게 맞을 거다.
그러나 '여기다' 싶은 순간은
결국엔 있을 거다.
지금은 좀 우왕좌왕하더라도 그래서 간다.
아, 이건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노긋하다는
그런 순간의 감촉을 담은 단어 같다.
너무 바삐 바삭하게 버석하게 살고 있진 않나요?
그래서 그리 바삐,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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